3점슛 라인 근처에서 패스를 받은 키 210㎝ 거구가 골 밑 돌파를 시도하는 척하더니 한발 뒤로 빠져 3점슛을 던진다. 수비수는 장거리포에 대비하려 했지만 이번엔 가드를 뚫고 들어와 골대를 부술 듯 덩크슛을 꽂아 넣는다. 결국 수비수 두 명을 붙였더니 이들을 끌고 들어와 빈 공간에 있는 선수에게 송곳패스를 찔러 준다. 떨어지면 슛을 쏘고, 붙으면 돌파나 패스를 하는 전형적인 가드다.
이처럼 가드처럼 뛰는 빅맨이 미국프로농구(NBA)를 호령하고 있다. 가드 전유물이었던 돌파와 패스, 여기에 3점슛을 갖춘 센터들이 이제는 대세로 자리 잡으며 프로농구 판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이제 흐름이 달라졌다. 주인공은 빅맨이다. 2021∼2022시즌에는 카메룬에서 온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조엘 엠비드(28·213㎝), ‘그리스 괴물’로 불리는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28·211㎝), 세르비아 출신인 덴버 너기츠 니콜라 요키치(27·211㎝)가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우선 엠비드는 이번 시즌 평균 30.6점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NBA에서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엠비드는 미드레인지 점퍼부터 3점슛까지 장착한 센터로 ‘가드 같은 슈팅력’을 갖췄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순간 한발 뒤로 물러서 슈팅 공간을 확보하는 스텝백 기술이 가능한 데다가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 뒤로 넘어지면서 던지는 페이드어웨이 등 어려운 기술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유연한 슈팅 능력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아데토쿤보는 올 시즌 평균 29.9점을 넣는 활약을 펼치며 밀워키를 동부콘퍼런스 2위에 올려놨다. 엠비드에 이어 득점 2위다. 아데토쿤보의 장점은 ‘가드 같은 돌파력’이다. 3점슛 라인 근처에서 긴 다리를 활용한 유로스텝을 밟으면 이미 자유투 라인 안쪽으로 들어와 있고, 이 거리에서 뛰어올라 덩크슛을 꽂아 넣는다. 아데토쿤보의 약점은 30%가 되지 않는 3점슛 성공률과 자유투다.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히는 요키치는 ‘가드 같은 패싱 능력’을 갖춘 ‘포인트 센터’다. 탁월한 어시스트 능력으로 NBA 역사상 처음, 한 시즌 2000득점과 1000리바운드, 500어시스트를 동시에 이뤘다. 요키치는 긴 팔을 이용한 플로터(높은 포물선을 그리도록 아래에서 위로 던지는 슛) 성공률도 높아 막기가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