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오미크론 유행 정점 구간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다음주 방역조치 대폭 완화가 예상되면서 일상회복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요양병원·시설이나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감염 위험이 더 커지진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14일 “정점 구간 일평균 확진자 수(40만4000여명)와 비교해 이번주 5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16만1996명으로 60% 감소했다”며 “유행 정점을 완전히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과 국내외 연구진들은 지금의 유행 감소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하고, 효율적인 방역관리체계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음주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전면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행사·집회 인원 제한(299인)이 사라지고, 영화관·공연장에서의 취식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점은 정부 내에서 계속 논의 중이다.
영업시간 제한 폐지는 자영업·소상공인 측이 가장 반기는 일이다. 이들은 사적모임 인원 확대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며 자유로운 영업 보장을 요구해왔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 사장은 ”거리두기를 하면 손님들이 밤 시간대 돌아다니지 않기에 다 해제해야 매출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거리두기가 해제된다는 소식에 “꿈 같은 일”이라며 마스크도 편하게 벗고 다닐 수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그러나 요양병원·시설에서는 아직 유행이 완전히 잦아든 상황이 아니어서 고령층 보호에 더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면면회 등도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방역조치 완화는 일반인에 해당하는 일”이라며 “면회하게 해달라는 항의가 많지만, 코로나 중증 위험이 큰 어르신들이 모인 곳이라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40대 A씨는 “집에 기저질환이 있는 부모님이 계셔 지금까지 최대한 조심해왔는데, 직장 출근, 회식 등이 늘어나면 배려를 받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50대 B씨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만큼은 해제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증상 있어도 검사 안 받는 사람이 많은데, 마스크라도 있어야 유소아, 노약자, 기저질환자들이 조금이나마 일상생활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를 해제해도 경계심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신규 확진자 발생 규모가 크고, 재감염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종식이 아니기에 재유행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전 국민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요양병원·시설과 면역저하자 등 취약계층 보호가 핵심”이라며 “하반기에 유행이 재확산한다면 그때 상황에 맞게 다시 거리두기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신규 사망자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방심할 때가 아니다”라며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