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주재하는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안 위원장에 힘을 실어줬다. 두 사람이 전날 내각 인선을 둘러싼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하고, ‘공동정부’ 원칙을 재확인한 만큼 인수위 내 안 위원장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하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작업도 속도가 붙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안 위원장과 인수위원들을 격려했다. 이날 회의는 인수위원장 주재여서 당초 윤 당선인의 참석이 계획돼있지 않았다. 때문에 윤 당선인의 회의 참석은 안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공동정부 원칙을 재확인시켜주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였다. 안 위원장은 내각 인선 작업에서 ‘패싱’당했다는 이유로 인수위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잠행에 들어갔고, 윤 당선인도 “인선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두 사람은 같은 날 저녁 ‘깜짝 회동’을 갖고 인사 갈등을 봉합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동정부 정신이 훼손될 만한 일이 있었다”면서도 “다시 국민께 실망을 끼쳐드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정 전반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기로 했고, 특히 보건·의료, 과학기술, 중소벤처,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성을 갖고 더 깊은 조언을 드리고 관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원팀’을 회복하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작업도 급물살을 탔다. 윤 당선인은 합당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철규 당선인 총괄보좌역을 국회로 급파했다. 안 위원장도 오는 17일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합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이 합당 쟁점 사안 재논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막판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현재 지방선거 공천룰, 당직자 고용승계 문제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당 실무에 관여하는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를 끌어낸 건 아니다”며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릴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