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쓴 한 남자가 어딘가로 바삐 가고 있다. 바람을 가르며 길을 재촉하는 모습에서 휙휙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런 모습을 조각작품으론 어떻게 나타낼까? 미래주의 작가 움베르토 보초니는 바람에 옷깃이 휘날리는 형태들을 연속적으로 이어 붙여 속도감까지 표현했다. 제목도 ‘공간에서 연속성의 독특한 형태’라 붙였다. 청동 표면을 반짝반짝 빛나도록 처리해서 움직임에 활기도 더했다.
20세기에는 급변하는 복잡한 사회 상황만큼이나 다양한 미술양식들이 부침을 거듭했다. 그중에는 조형적인 방법보다 예술이 처한 사회적 상황에 주목하고, 예술가가 보여야 할 태도나 관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경향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한 예가 미래주의였다. 미래주의는 1909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미술·문학·연극·음악 등에 걸쳐 나타났고,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까지 지속됐다. 특히 미술에서는 기계문명 시대를 맞아 변화한 현대인의 의식과 감성에 부응하는 미술을 이루려 했다. 기계나 자동차 등 과학기술 발달로 사람들의 감각세계도 변한 만큼 그 안에 담긴 속도감, 활력, 움직임 자체를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