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저지하고자 러시아가 발트해에 배치된 핵무기의 증강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선 가운데 핀란드는 “나토 회원국이 될지 말지 여름 이전에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로부터 다소 떨어진 스웨덴과 달리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다 1939∼1940년 전쟁을 치른 경험까지 있어 자국 안보에 훨씬 더 민감해하는 모습이다.
◆핀란드의 결정 늦어질수록 러시아만 이익 봐
16일 핀란드 언론에 따르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최근 자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토 가입 신청 여부 결정은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핀란드는 이원집정제 국가로 외교안보 분야의 최종 의사결정권은 총리가 아닌 대통령한테 있다.
그는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할지 여부는 여름 이전에 결론이 날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의 위협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북유럽의 중립국 핀란드·스웨덴 양국이 나토 회원국이 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 발트해 인근의 핵무기를 늘릴 것이라고 밝히는 등 위협적 언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군대 일부가 벌써 핀란드와의 국경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정황도 제시됐다.
1939년 11월 소련(현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침공으로 이듬해인 1940년 3월까지 일명 ‘겨울전쟁’을 치르며 큰 인명피해를 입고 결국 동부의 상당한 영토를 소련에 빼앗긴 아픈 과거가 있는 핀란드로선 이런 러시아의 움직임을 ‘재앙’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우리의 토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러시아에게 대응할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가 된다”며 “핀란드가 결정을 늦게 내리면 그만큼 러시아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이 넒어진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는 동안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 핀란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일단 핀란드 국내 분위기는 나토 가입에 아주 긍정적이다. 니니스퇴 대통령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 의원의 절반 이상은 나토 회원국이 되는데 찬성하는 입장이고 반대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스웨덴과 협력, 필요하지만 필수조건은 아냐"
문제는 핀란드가 외교안보 정책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길 강력히 희망하는 스웨덴의 경우 핀란드만큼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비로소 중립국이 된 핀란드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중립 노선을 견지해왔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지 않은 스웨덴은 당장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스웨덴 언론은 “스웨덴 정부가 나토 가입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은 6월 말쯤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름이 되기 전 나토에 관한 정책을 결단해야 한다”는 핀란드 정부와는 상당히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앞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을 방문해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한 직후 회견에서 “스웨덴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다”고 밝혔다. 스웨덴과의 공동보조가 아무리 중요해도 러시아로부터 가중되는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핀란드 단독으로라도 나토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니니스퇴 대통령 역시 “핀란드와 스웨덴이 함께 해결책을 만들고 같은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이란 말로 나토 회원국이 되는 문제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의 처지는 스웨덴보다 훨씬 더 다급한 것도 사실이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스웨덴의 분명한 입장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스웨덴의 입장을 확인할 때까지 나토 관련 결정을 미루는 건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다. 스웨덴의 결단을 기다리되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고, 결국 핀란드의 국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행동할 것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