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 종료됐다.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에 보름간 ‘운영제한’을 권고하는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2020년 3월22일을 기점으로 757일만이다.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은 완전히 없어진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거리두기’ 규정을 강화 혹은 완화하면서 유행의 파고를 넘어왔다.
앞으로 방역당국은 팬데믹 사태를 서서히 ‘엔데믹’(풍토병) 상황으로 전환하며 일상회복을 시도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5일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코로나와 ‘동거’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 청장은 “이번 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방역 완화가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며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의미없다” vs “아직 유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거리두기 해제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거리두기는 이미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며, ‘10명-밤 12시’ 이상으로 연장하는 건 환자 발생이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어 (거리두기를) 풀고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나 여러 가지 치료제와 잘 갖춰진 의료 시스템이 있는데 신속한 진단과 처방·투약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염) 취약계층과 고위험군이 빠르게 진단을 받고,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수 있도록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하루 1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신종변이 출현, 시간 경과에 따른 접종·자연면역 효과 감소, 실내활동 증가 등 계절적 요인, 인플루엔자·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 등 동시유행 등 재확산 위험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강력한 신종변이가 발생하면 입국을 제한하고, 필요하면 3T(검사·추적·격리·치료) 및 거리두기, 재택치료도 재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된 시점부터 연이은 방역 완화 결정이 이뤄지면서 유행 전 예측치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매일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사망자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지금은 유행이 정점을 지난 것이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엄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도 방역완화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주된 기준이 돼선 안 된다”며 “방역은 감염병에 대해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인데,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방역 완화 시기나 방법이 결정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행의) 칼자루는 바이러스가 쥐고 있다”며 “지금처럼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게 방역이 이완되는 시기와 상황, 사람들의 행태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포스트 오미크론 계획은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방역을 다시 강화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 의료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제 확보·공급이고, 변이 바이러스 발생에 대비해 새 백신이 필요하다면 이 백신 확보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돌아온 일상…회식·모임·행사·공연 자유롭게
앞으로는 대규모 모임, 행사, 공연 등이 제한 없이 가능하다. 식당, 카페,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탕, 헬스장 등도 업장에 따라 새벽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식당 등은 벌려놓은 식탁 간격을 다시 좁히고 매상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직장이나 동호회의 10인 이상 대규모 회식도 이제 다시 흔한 풍경이 될 전망이다.
최대 299명 규모로만 가능했던 행사·집회도 18일부터는 인원 제한 없이 개최할수 있다. 300명 이상 공연이나 스포츠대회 등은 관계부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전 승인 절차도 사라져 수만 명 규모의 대형 콘서트도 가능하다. 공연장 등의 좌석 간 띄어 앉기도 모두 없어지고 공연장의 ‘떼창’이나 경기장의 육성 응원 등도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닌 권고 수칙이 된다. 코로나19 이후로 미뤘던 예비부부의 결혼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활동은 시설 수용 인원의 70% 규모로만 허용됐는데, 이와 관련한 제한도 없어진다.
영화관, 종교시설, 교통시설의 실내 취식 금지는 1주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5일부터 해제된다. 이 기간 각 시설은 대화 자제, 환기 등 안전한 취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실내 취식 금지가 풀리면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거나, 미사·법회·예배·시일식 등 종교 활동 후 식사 소모임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외 경기장에서만 가능했던 ‘치맥’(치킨과 맥주)도 25일부터는 고척 스카이돔 야구장이나 농구·배구장 등 실내 경기장에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의무는 이후에도 계속된다. 마스크는 여전히 적은 비용으로 높은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할수 있는 핵심 방역 조치다. 그러나 실내와 비교해 감염 위험이 덜한 실외에서는 다음 달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거리두기 조치를 없앤 2주 동안의 상황을 지켜본 뒤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확진되도 7일간 격리안하고, 동네 병원서 검사·진단
오는 25일부터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낮추고, 방역·의료체계도 본격적인 일상화를 준비한다. 코로나19가 홍역, 수두 등과 같은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되면 1급일 때 적용되던 확진 시 7일간의 격리의무와 의료기관의 환자 즉시 신고 의무가 없어진다. 확진자는 개인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일반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의무 격리 기간이 사라진만큼 생활비·유급휴가비·치료비 정부 지원은 종료된다. 코로나19 검사·진단은 민간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보건소는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검사에 집중하게 된다. 방역당국은 비상체계에서 확보했던 코로나19 지정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축소했던 특수·응급진료 기능도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방역당국은 의료현장에서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25일부터 4주간을 ‘이행기’로 정하고,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와 현행 관리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어 내달 23일부터는 ‘안착기’를 선언하고, 실제 2급 감염병에 준하는 방역·의료체계 전환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확진자 격리의무 등이 실제로 사라지는 시점은 다음달 23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