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7일, 미국 워싱턴에 출장 중이던 이시하라 신타로 당시 도쿄도지사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사들이겠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를 도쿄도가 매입해 일본의 영토임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발언은 큰 논란을 불렀다. 일본 국내에서는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거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다”라는 신중론과 반대론이 엇갈렸고, 중국은 “댜오위다오와 주변 섬들은 중국 고유 영토”라며 반발했다.
국내외의 논란에 개의치 않고 이시하라는 구입자금 마련을 위한 기부금 모집에 착수했다. 같은 달 말 시작된 기부금 모집은 2013년 1월까지 약 9개월간 진행돼 14억8520만엔(약 144억원)이 모였다.
이시하라의 발언 이후 꼭 10년이 지난 지금 이 돈은 어떻게 되었을까. 요미우리신문은 “기부금 14억엔은 지금도 허공에 떠 있다”며 저간의 사정을 전했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부금 모집이 시작되고 5개월 후인 2012년 9월 일본 정부는 토지 소유자들과 20억5000만엔에 매매계약을 마무리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했다. 그리고 이시하라는 2012년 10월 지사직을 사퇴했다. 기부금의 용처,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당사자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쿄도 내부에서는 기부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기부자가 10만 명이 넘는데다 익명의 기부자도 적지 않아 불가능했다. 신문은 “‘구입 자금’으로 기부금을 모은 이상 용도가 특정되지 않는 일반 재원에 넣을 수도 없었다”며 “도쿄도는 2013년 3월 조례를 정비해 기부금의 용도를 ‘국가에 의한 센카쿠 열도 활용의 대처’로 정했다”고 전했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은 그간에도 있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는 2018년 한 강연에서 “많은 분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기부해 준 14억엔이 허공에 떠있는 상황”이라며 “인공위성으로 감시시스템을 만드는 일 등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부금은 각종 조사나 개발 등의 명목으로 8000만엔이 쓰였을 뿐이다.
야마다 요시히코 도카이대(東海大) 교수는 “기부금을 모은 책임의 소재가 애매하게 된 상황”이라며 “센카쿠 열도의 중요성을 재차 인식하기 위해서라도 도쿄도가 기부금의 효율적인 사용처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