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갈리는 안철수 ‘흡수 합당’… “약속 지킨 것” vs “다당제 멀어져” [이슈+]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흡수 합당’
국내 정치 중도 지형 급격히 축소
전문가들 합당에 대한 평가 엇갈려
대선 전 다당제 외침은 ‘유명무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을 선언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18일 전격 합당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대선 전 단일화와 함께 했던 ‘정치적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와 함께 또 한 번 군소정당이 거대정당에 흡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치교체’를 기치로 했던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도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되며 국내 정치의 중도 지형은 급격히 쪼그라든 모양새다.

 

◆7년 만에 사라지는 안철수의 ‘국민의당’

 

현재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과정에서 창당한 동명의 국민의당을 전신으로 한다. 안 대표는 2016년 1월8일 당명을 국민의당으로 확정하고 국민회의, 통합신당, 국민주권개혁회의 등을 흡수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역 기반인 호남 지역 의석 대부분을 석권,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를 기록하며 38석을 확보해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123석과 122석을 나눠 가진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거머쥔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계, 김한길계, 박지원계, 정동영계, 천정배계 등에 2017년 초 입당한 손학규 전 대표 계파까지 더해지며, 당 내부가 통합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내홍을 겪었다. 결국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당시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비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두고 통합찬성파는 잔류하여 바른미래당으로, 통합반대파는 탈당하여 민주평화당을 창당하게 된다.

 

바른미래당 역시 창당 2년여 만에 내부 갈등과 지지율 정체로 분열된다. 유승민 의원 계파가 탈당 후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고, 얼마 뒤 안 전 대표도 탈당해 2020년 2월23일 지금의 국민의당을 창당한다. 그리고 다시 2년여 지난 18일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합당했다.

2020년 2월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서울 강남구 SAC아트홀에서 열린 '2020 국민의당 e-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연설을 마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합당은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사실상 흡수되는 형태다. 정당명은 국민의힘으로, 통합 정당 대표도 이준석 대표가 그대로 맡게 된다. 국민의당 소속 현직 국회의원인 비례대표 권은희, 이태규, 최연숙 의원 3명은 국민의힘으로 소속 정당이 변경될 예정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 의석수는 110석에서 113석으로 늘게 된다. 다만 권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단일화와 합당을 반대하며 ‘의원직 제명’을 요구해 온 바 있어 추후 제명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 

 

◆“약속 지켜” vs “다당제 멀어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일단은 국민과 약속을 지킨다는 측면이 중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쪽 모두의 필요에 의해 나온 결과”라고 양당 합당을 평가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표로 비롯되는 중도적 이미지를 보다 보강한다는 차원,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안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거대 정당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예측 가능한 정치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양당제 고착화 우려에 대해서 신 교수는 “(양당제 탈피하려면) 의원 내각제를 하면 된다”며 “대통령제를 하는 국가는 대부분 다 양당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양당제를 인위적으로 고친다는 건 어렵다”면서 “국민들의 선택으로 인해 양당제가 고착화 된 것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안정 지향적 선택을 하는 이유는 대통령제 탓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철수의 실험이 결국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또 다른 중도 성향 혹은 제3지대 정당이 당분간 나오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시대적인 요구, 흐름은 다당제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사회가 다원화되고 있고 이해관계 집단도 다변화하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 정당 시스템은 사회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어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선 전 다당제 약속했지만, ‘제3지대’ 소멸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과 새로운물결이 사라지면서 결국 양당 체제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제3지대는 진보 성향의 정의당만 남게 됐다.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다당제를 주장해온 것과는 딴판인 결과가 펼쳐진 것이다. 특히 안 위원장은 다당제를 줄곧 자신의 정치신념이라고 말해와 이를 믿었던 지지자들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거대 양당 체제가 더욱 공고해져 정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본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운데)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한 날 “다당제 신봉자가 왜 거대양당으로 들어가냐고 그럴 수 있겠지만, 다당제를 만들기 위해서, 소수정당으로는 다당제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게 불가능했다”며 “제 다음 또 다른 사람이, 다당제 신념을 가진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다당제를 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위원장은 여전히 양당제가 아닌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대통령제에서도, 우리나라도 대통령제였지만 다당제였던 때가 많다”며 “다당제였을 때가 훨씬 정치가 작동했다. 양당제일 때는 극심하게 대립하고 싸우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당제가 성립되어야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서 정치에, 정책으로 입안시킬 수 있고, 갈등 해소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각 당의 주요 대선후보들은 지난 2월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TV토론에서 입을 모아 다당제와 중대선거구제 등을 통해 굳어진 양당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정치하기 전부터도 선호해왔다”고 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거대 양당이 아니라 다당제가 가능한, 민심 구조 그대로 의석 구성이 가능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거대 양당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다 보니 잘하기 경쟁보단 상대방 발목 잡아 실패를 유도하고, 그러면 기회가 온다 (믿는다). 이런 구조를 깨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다당제하에서 책임 연정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선거법 개정안은 겨우 ‘한 뼘’ 전진

 

중대선거구제는 다당제로 가는 초석으로 불린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될 것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소수정당을 찍고 싶어도 못 찍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앞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중대선거구제 전면 실시를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시범 도입’이라는 타협으로 마무리됐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 시범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여연대는 “지방선거 선거제 개혁이 한 뼘쯤 나아간 것이지만, 결국 기초의회 3~5인 중대선거구 전면 도입 등 대부분의 개혁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며 “전면적인 지방선거 정치개혁을 당론으로 약속하고도 국민의힘을 핑계로 시늉만 한 더불어민주당과 기득권을 지키려 사실상 협상을 거부해온 국민의힘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