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전격 면담을 가진 배경에는 임기 말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강하게 대치한 국면을 중재로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놓고 강 대 강으로 맞서는 형국에서 부담을 느낀 문 대통령은 ‘소통’과 사회적 합의를 촉구하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하며 양측에 메시지를 낸 것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마지막에 공포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검찰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김 총장과의 면담을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청와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회가 논의해야 할 시간”이라면서 검찰총장과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김 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강수를 두자,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국회와 검찰 간의 ‘소통’을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에 일부 문제가 있으면 검찰이 ‘대의기관’인 국회를 존중하면서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회의 입법도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한 점에서 대통령이 강행 처리를 불사하며 ‘속도전’을 내걸고 있는 민주당에 일부 경고 메시지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이 낸 법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비대해진 경찰 권력과 부실 수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도 검찰개혁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임기 말에 부담스럽지만 검찰이 집단으로 항명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역시 검찰을 향해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만큼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향성에서만큼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 구성원을 대표해 검수완박 법안의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해 (대통령께) 상세하고 충분하게 말씀드렸다”며 “검찰 수사 공정성,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면담 내용에 대해선 “따로 청와대에서 말씀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 13일 취임 후 처음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한 사실을 공개하고, ‘김 총장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청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법률안 공포와 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 적절히 판단하실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 성사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19년 만의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준비 중인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면담에서 검수완박에 선을 그어준다면 평검사회의도 안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뜻을 밝혔는데 검찰이 또 다른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