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성수기인 봄에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맞물려 전국 공사현장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거나 아예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염두에 두고 분양 시기를 미루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인상분을 둘러싼 갈등이 늘고 있다. 건설사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시멘트와 골재, 철근 등 건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축 시공이 아닌 재건축·재개발 공사 현장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는 별칭까지 붙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는 공사비 인상 문제로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근 공사가 중단됐다. 그밖에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시공사와 공사비 문제 갈등으로, 동대문구 이문3구역은 현재 시공사(HDC현대산업개발) 교체 문제 등으로 분양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인 단지에서는 아예 분양 시기를 인위적으로 늦추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분양가 책정을 받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분양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과 서초구 신반포15차도 하반기에나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울의 아파트 공급 부족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 총 4만7000여가구 중 현재까지 분양을 했거나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단지는 3300가구에 불과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분양가 문제 등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이 올해로 이월됐는데, 일단 상반기 분양 물량이 대거 하반기로 이월될 분위기”라며 “청약 대기자들도 분양일정이 잡히지 않아 답답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