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대학 보내고 유학도 보내려고 시작한 장사인데…. 2년 만에 다시 하네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첫날인 지난 18일, 박찬성(70)씨는 아내와 함께 먼지 쌓인 프라이팬과 냄비, 요리도구 등을 닦으며 포장마차 열 준비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을 중단할 땐 이렇게 한참 후에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박씨는 “오랜만에 장사를 하니 새롭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2년 만에 단체 회식을 나왔다는 직장인 정모(33)씨는 “회식을 안 하다 하려니 자정을 넘기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간 술자리를 11시 이내로 마치니 다음날 업무에도 지장이 없고 좋았다”면서 “이젠 예전처럼 늦게까지 마시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친구들과 분위기가 궁금해서 나왔다”며 “자정 이후 불 켜진 가게는 많은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었다”고 전했다.
방역수칙과 관계없이 시간을 연장하지 않은 곳들도 있었다. 직장인 조모씨도 “오랜만에 동네에서 맥주 한잔할까 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문을 연 곳이 없었다”며 “다른 상가들도 불이 꺼져 있어서 그냥 돌아왔다”고 푸념했다.
거리두기 해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서 만난 서울대 21학번 김모(20)씨는 “지난해 입학한 이후 자정 넘어서 술집에서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데, 오늘 동기와 새내기까지 10명 넘게 우르르 술을 마시러 왔다. 이제야 대학생활을 제대로 즐기는 기분”이라면서 “5월에는 MT도 가보기로 했다”며 웃었다. 샤로수길에서 퓨전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황모(34)씨도 “예상보단 손님이 없지만, 자정 넘어서도 거리가 시끌벅적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면서 “긴 시간 참고 버틴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