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산업의 진화

자율주행·전기차 기술 접목
‘재생에너지 허브’ 전환 시도
친환경·저비용으로 차별화
‘기술한계·사회적 수용’ 과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독일 기업 릴리움은 2020년 7월 웹사이트를 통해 향후 지역 항공 모빌리티에 집중하면서 20㎞ 미만 거리의 비행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심에서 단거리로 이동할 경우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설치를 위한 적지 않은 투자로 경제성이 떨어지고, 체크인 프로세스 등에 시간이 소요돼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대신 300㎞를 기준으로 도시와 외곽 지역을 연결해 도시교통 부담을 덜어주는 지역 항공 네트워크 구축에 중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도 지역 항공 모빌리티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는 공공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항 5050여개가 있지만, 이 가운데 0.6%인 약 30곳만이 국내선 70%를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 공항은 대형 항공기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우려는 항공운송 서비스로서의 활용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

지역 항공 모빌리티는 기술 발전으로 소형 항공기가 더욱 친환경적이고 비용이 저렴해지면 80∼800㎞ 수준의 차량 이동 수요를 소형 항공기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소음이 적은 전기항공기 도입과 태양열을 사용한 전력 공급으로 인프라 비용·탄소배출 감소 등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허브로 전환하겠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전기항공기를 지역 항공 모빌리티에 도입하면 에너지와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해 항공기 운영비용을 50% 이상 낮출 수 있고, 미래 원격조정과 자율운행을 도입하면 추가적인 비용 감소도 가능하다. 소비자 측면에선 대형 공항을 통한 이동보다 주차, 보안, 승하차 절차가 편리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촘촘한 연결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비용을 줄여 현재 대형 항공기가 장악하고 있는 노선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나사는 첨단 항공 모빌리티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새롭게 등장한 혁신적 항공기술을 이용해 사람과 물류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이머징 마켓을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주요 핵심 프로젝트는 자율비행 및 비상대응 관리, 이착륙을 위한 버티플렉스 연구, 안전에 대한 대중 신뢰도를 높이고 지역사회 학습을 위해 시행하는 전국 캠페인 프로젝트 3가지다. 이와 함께 허리케인, 홍수, 화재, 지진 등 자연재해 긴급상황 대응 및 인명구조, 생필품 보급 등 넓은 범위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지 도심 항공 모빌리티 분야 기체 연구 성과로 조비(Joby) 에비에이션 등 선두주자들이 2023∼2025년을 기점으로 상용화 초기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5년 상용화, 현대차는 2028년 도심 항공 모빌리티, 2030년 지역 항공 모빌리티 기체 출시를 각각 계획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하나도 최근 부상하는 항공 모빌리티들과 기능이 유사하다. 해당 산업에 많은 완성차 제조사들이 뛰어드는 이유는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기술을 적용할 산업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교통과 달리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빠른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어 기존 항공사, 수많은 항공 모빌리티 스타트업들과 함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많은 장밋빛 기대처럼 항공 모빌리티 산업에서 초기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이윤이 창출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과 같이 상용화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법, 제도, 규제가 완비되지 않았고 기술적 한계와 사회적 수용성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에는 현 시점의 먹거리로 육성하는 현재기술이 있고,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미래 기술과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한 미래기술이 있다. 많은 미래기술 중 산업과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술도 존재하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기술은 여러 번 반복되는 침체와 발전을 거쳐 황금기를 맞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과 투자가 지속돼야 하고 관련 인력을 육성해야 궁극적으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