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척추질환으로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4급을 받은 것을 둘러싼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가 병역판정 당시 아들 정모(31)씨의 MRI(자기공명영상)와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자료를 요구하자 정 후보자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거부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아들 정씨가 2014∼2015년 받은 외래재진기록과 영상의학판독보고서, 병사용 진단서를 관절·척추 전문 병원 A원장과 분석하며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13년 9월 정씨가 경북대병원에서 척추질환으로 초진을 받은 기록에는 ‘L5-S1(요추 5번·천추 1번) 허리디스크 3단계’이고 ‘디스크가 나와 왼쪽 신경을 많이 누른다’, ‘약 치료를 해보고 다음에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A원장은 “차트에는 일관되게 운동신경에 문제없는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3단계로 기록돼 있는데 병사용 진단서에는 왜 ‘협착’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씨가 진단서를 발급받을 때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진단명을 과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척추협착은 척추의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인데, 젊은층에선 거의 발병하지 않는다.
요추 6번 논란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씨의 진단서에 요추 5∼6번이 등장하는 점을 들며 “요추 6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정확하게는 요추 5번·천추 1번이 맞다”면서도 “현장에서 요추 5∼6번으로 쓰기도 한다. 흔하진 않지만 요추가 6개인 사람도 있다”고 했다. 또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정씨가 1년9개월간 병원을 단 한 번도 찾지 않고, 그 사이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이송지원과 물품 정리 등의 봉사활동을 한 것도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A원장은 “디스크가 터져 나와 운동신경이 마비되는 수준이면 불가능하겠지만, 관리를 잘한다면 활동에 무리가 없다”며 “통증이 있을 땐 참거나 약을 먹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준비된 입장문을 꺼내 “병역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아들이 수일 내로 공신력 있는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며 “과거의 MRI 영상과 진료기록 등도 함께 가지고 가서 당시 검진이 적절했는지 진단받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