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막걸리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의 대표 서민의 술, 비 오는 날에 파전과 먹는 술, 농촌에서 새참거리로 즐기는 술 등이라고 언급할 것이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누룩 냄새가 나고, 머리가 아픈 술이라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1970∼80년대의 막걸리는 많이 마시면 두통 등 숙취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위생 및 유통기한 관리도 잘 되지 않고 무엇보다 제대로 만들지 않은 밀주 등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동동주. 동동주는 쌀로 만든 청주에 가까운 탁주인데, 아직 알코올 발효가 덜 돼서 쌀의 단맛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좋은 원료로 막걸리로 빚다보니 소비자는 새로운 향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막걸리에서 은은한 과실 향이 느껴진다는 것. 인공향을 넣은 듯한 짜릿한 향은 아니지만 뭉근하게 느껴지는 사과향, 딸기향, 복숭아향, 바닐라향 등이 막걸리에 따라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살짝 숙성을 더하니 감귤계의 상큼한 맛까지도 추가되었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역시 다양하게 변화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6∼8도 정도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이었지만, 이내 1.5도에서 19도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막걸리도 지역, 맛, 향, 도수 등 취향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막걸리를 프리미엄 막걸리, 크래프트 막걸리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막걸리에도 소비자가 정한 기준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지역 농산물을 아낌없이 사용해 만든 술은 맛이 없을 수 없다는 것. 막걸리가 단순히 서민의 술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난 사례이며,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단순한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