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보란듯… 러 ‘한반도 2.5배 초토화’ ICBM으로 核시위

‘사르마트’ 첫 시험발사 성공

메가톤급 핵탄두 15개 탑재 가능
러産 부품 써 ‘제재 무력화’ 과시
러 “마리우폴 점령 성공했다” 선언

G20회의서 러 대표 발언 나서자
美·英·加 등 ‘침공 항의’ 집단퇴장
韓은 獨·日 등과 함께 자리 지켜
사르마트 시험발사 러시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20일(현지시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시험발사돼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플레세츠크=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압박을 받는 러시아가 국제사회를 향해 핵 시위에 나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마트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시험용 탄두는 캄차카반도의 예정된 지역에 정확히 명중했다”며 “테스트 과정이 마무리되면 사르마트 미사일은 전략미사일 부대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사르마트를 올 가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최대사거리가 1만8000㎞인 사르마트는 메가톤(TNT 100만t 폭발력)급 독립목표재돌입탄두(MIRV)를 최대 15개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르마트 한 발로 프랑스 국토 면적(약 54만㎢)을 초토화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이 독특한 무기는 우리 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르마트가 러시아산 부품으로만 구성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방위산업이 서방의 경제 제재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명백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시험발사 전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미국 정부에 사전통보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시험발사가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 통보에 따라 미사일을 추적했다고 CNN이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21일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마리우폴 장악을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마리우폴 최후 항전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공격하는 대신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고 지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현재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이 육로로 이어져 러시아 본토로 연결된다. 러시아가 고사(枯死) 작전을 펴기로 한 이 제철소에는 현재 우크라이나군 약 2000명과 민간인 100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워싱턴에서 20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의 장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러시아 대표 발언 시 퇴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요 7개국(G7) 중 독일, 이탈리아, 일본 재무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러시아 측에선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이 화상으로 참여했고, 티무르 막시모프 재무부 차관은 직접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과 일부 서방국가는 회의 전부터 러시아의 G20 회의 퇴출을 주장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순 없다”며 러시아의 회의 참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미국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은행과 가상화폐 채굴업체 및 개인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영은행 트란스카피탈방크와 재벌 콘스탄틴 말로페예프 일가 및 관련자 40여명, 관련 기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후 러시아의 가상화폐 채굴업체가 제재 명단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의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재무부는 “제재 대상 기업은 대규모 채굴장을 운영함으로써 러시아가 천연자원을 현금화하는 것을 도왔다”고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