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익 전 러시아 대사는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한 것이 자칫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전 대사는 세계평화도로재단이 22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메이플홀에서 개최한 ‘제32회 피스로드 포럼’에서 “세계 3대 핵 강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는 부다페스트 조약을 체결했으나, 러시아가 이 조약을 유린하고 침공했다”며 “이를 본 북한은 더욱 핵을 내려놓지 않을뿐 더러 핵미사일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 김 위원장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한 대북압박과 설득이 필요하다”며 “한미동맹에 더해 새로운 집단안보체제로 대응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정 전 대사는 지난 30년간 대북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역대 정부가 지난 30년 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 방법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한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남북한이 이데올로기의 망국적 대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족 공통의 정체성을 찾고, 주변국에도 비전을 줄 수 있는 통일 청사진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윤석열 차기 정부가 성취해야 할 최대 과제”라고 덧붙였다.
전쟁에 대해 그는 “6·25전쟁을 겪어본 우리 입장에서 판박이 전쟁 참사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 전쟁에서 자유수호국가들이 연합하여 군사·경제·인도적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면 평화와 공존의 세계로 전환될 수 있으나, 러시아가 승리하면 힘이 지배하는 세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드리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영상으로 보내온 특별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이 자주국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용감히 맞서 싸웠는지를 역사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지금 우크라이나도 접경국이자 강대국인 러시아의 무력 침공 앞에 장렬히 맞서 싸우고 있다”며 “조국이 파괴되고, 죄 없는 아이들과 국민이 죽어가는 이 참담한 어둠에서 전 세계의 한분 한분께서 우크라이나가 자주국가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준다면 우크라이나는 절대 그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강연 후 김재범 한미협회 사무총장,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기연수 한국외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한 토론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김호성 전 교육대 총장과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문한식 변호사, 강덕수 한국외대 명예교수, 신장철 숭실대 교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