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꼼수 탈당 ‘출구’ 찾아… 국힘, 尹 취임 뒤까지 시간 벌어 [여야,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朴의장, 수차례 토론 뒤에 양측 압박
중재안 수용으로 ‘강대강’ 충돌 피해

양당 비공개 의총선 반발 목소리 거세
민주 김용민 “朴의장 제안 헌법 파괴적”
국민의힘 “사법체계로 타협해선 안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중재안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치킨게임’을 막았다. ‘꼼수 탈당’까지 불사한 민주당은 박 의장의 중재안 덕분에 검수완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비껴가면서 궁극적으로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관철했다. 국민의힘은 의석수가 적어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을 막을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 아래에서 박 의장의 중재안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로 검수완박을 막을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출구를 찾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양당이 한국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을 마친 후 중재안 수용 배경에 대해 ‘검찰 기소·수사권의 분리’ 원칙, 4월 임시국회서 법안 처리, 한국형 FBI(미 연방수사국) 설립을 언급하며 “이 세 가지가 의장 중재안에 기본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총에서 박 의장의 중재안을 빠르게 수용했지만 논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중재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심야를 포함해 (여야 원내대표와) 여러 차례 장시간 토론을 했고, 의장 공관에서 자정까지도 이야기했다. 오늘 아침에도”라며 중재안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측의 요구사항이 담긴 내용임을 강조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에는 ‘중재안을 받지 않을 경우 국회 본회의를 열 수 없다’, 국민의힘에는 ‘중재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 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압박하면서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도록 종용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비공개 의총에서 중재안에 대한 반발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의 초선 강성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중재안에 반대하며 ‘조건부 수용’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검수완박 추진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중진 의원들의 설득으로 전격 수용으로 가닥이 잡혔다. ‘꼼수 탈당’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장의 입법권 전유는 반칙”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박 의장의 최종 중재안 제안 과정은 헌법 파괴적”이라고 성토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의총에서도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궁극적으로 박탈하는 합의안 수용에 대한 신중론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비공개 토론 과정에서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수사와 기소 분리가 가능하지만 6대 범죄를 압축할 수 있는 중대범죄 수사에서는 수천 건의 증거물과 기록이 필요하다. 이런 범죄사건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며 “국가 사법체계는 근본적으로 보고 쉽게 타협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접근하자”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권 원내대표의 설명에 다수의 의중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