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가 남편 윤모(2019년 사망 당시 39세)씨 사망 직후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30)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남편 장례식장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거나 휴대전화 게임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SBS가 지난 22일 보도한 경찰 수사결과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이씨는 윤씨가 2019년 6월30일 숨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2019년 7월28일 조씨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뿐만 아니라 이씨와 조씨는 같은 해 8월21일 베트남, 9월7일 홍콩 등 2020년 2월까지 필리핀과 마카오를 포함해 총 10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SBS는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확보한 이씨와 윤씨 간 전화통화 녹취, 윤씨가 조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 등도 공개했다.
윤씨는 사망 5개월 전인 2019년 1월 친구 조씨에게 “은해에게 존중받고 싶다”, “무시 당하고 막말 듣는 게 너무 힘들다” 등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고통을 호소했다.
윤씨는 아내인 이씨에게 전날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이씨가 자신의 머리채를 잡는 등 행동을 해 괴롭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씨는 “내가 있잖아, 술 먹으면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막 대하거나 막 괴롭히거나 그래”라며 “내가 오빠를 무시하고 막 그래서 그렇게 오빠한테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니라 그냥 그래”라고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윤씨가 이은해로부터 조종‧통제 당하는 ‘의사 지배’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봤다.
이씨의 행동을 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제3자와의 관계, 소통 이걸 다 단절하고 차단해버린다”며 “특정인을 목표로 삼고 심리적 지배 관계, 착취적 지배 관계로 이끌어나가게 된다면 사실은 어떤 누구라도 점차 심리적 지배를 당하게 된다”고 했다.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15년간 연구해 표창장까지 받은 우수사원이었다. 이씨와 결혼 당시 그는 연봉 6000만원이 넘었다.
SBS는 지난 21일에도 경찰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경찰은 윤씨가 숨진 후인 2019년 말 이씨가 검찰에 송치됐을 당시 윤씨의 통장에서 이씨와 조씨, 이은해의 부친, 친구 3명 명의의 통장으로 2억1000만원이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 주거지 인근 은행 2곳에서 현금 2400만원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2018년 6월 윤씨의 채무는 1억 2800만원으로 불어났고 개인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30일 윤씨와 함께 가평 용소계곡을 찾았다가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다이빙을 하도록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쳤다. 또 3개월 뒤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한편, 인천지검은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를 받는 이씨와 조씨의 구속기간을 연장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상우 인천지법 영장 당직 판사가 전날 검찰의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구속 기간은 다음 달 5일까지 늘어났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구속 기간은 10일이며, 법원 허가를 받아 추가로 1차례 최장 10일 연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