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된 뒤 첫 주말을 맞은 2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진보·보수단체 등 여러 시민단체의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 참가인원을 299명으로 제한하던 것이 사라지면서 많은 단체에서 제약 없이 시위에 나서는 모습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이날 오후 3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금지법 4월 쟁취 집중문화제’를 열었다. 약 4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주최 측은 봤다.
참가자들은 성별과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이달 안에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손흥민이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받으면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데,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차별에는 왜 분노하지 않나”라며 “만연한 차별을 중단하자는 요구가 왜 많은 혐오로 뒤집어씌워져야 하는 건지 놀랍다. 불평등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절규하지 않도록 이달 안에 끝내자”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이끄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는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쟁취하는 웅장한 시작은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는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진보단체인 촛불전환행동도 오후 4시쯤 신자유연대가 집회를 연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두 집회는 비슷한 시간에 맞물려 ‘맞불’ 형식으로 진행됐다.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집회에 참여한 두 단체 참가자들은 서로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도 이날 여의도에서 ‘검수완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회 앞에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두르며 “검수완박”, “헌법파괴”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 추산 약 1500여명이 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등에 모여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촉구 집회’를 열었다. 윤 당선인에게 비정규직의 권리 향상을 요구하면서 인수위가 있는 방향으로 행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