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치료 늦어지면 합병증도 심해
만성적으로 장에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환자가 세균감염, 식습관, 약물, 미세먼지, 스트레스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면서 면역계에 부담이 돼 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첫 증상 이후 진단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2017년 대한장연구학회가 환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10명 중 3명이 진단까지 1년 이상 걸렸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가 어렵고 합병증이 심하다. 특히 크론병 환자의 경우 합병증 위험이 높다. 장에 구멍이 생기는 누공이 환자의 20∼40%에서 발생하고, 장이 좁아지는 협착, 장이 막히는 폐쇄도 발생할 수 있다. 장 협착으로 압력이 증가하면서 장이 뚫리는 천공도 환자의 1∼2%에서 발생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이 유전병은 아니지만 환자의 5% 정도에서 가족력이 있다”며 “염증성 장질환은 유병 기간이 8∼10년 지나면 대장암 위험이 2∼3배 정도 올라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 시기 발병으로 ‘고통’… 생물학적 제제로 수술 줄어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질환으로, 한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20대 젊은층에서 발병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유병 기간’도 그만큼 길다는 의미다. 한창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질병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질병을 숨긴 채 생활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불안, 우울장애 위험이 각각 1.6, 2.0배 높았다.
초기에는 항염증제를 시작으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등 증상을 완화하고 관리하는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만성으로 진행되는 질병인 만큼 치료 후 증상이 완화될 때 환자 임의로 약을 끊으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런 화학적 약물로 호전이 안 되는 중증도 이상의 환자의 경우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물질을 표적으로 공격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유전적 외에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술이나 커피, 인스턴트 등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환경적 요인 중 서구화된 식생활습관이 언급되는 것도 국내에서는 환자수가 많지 않은 데 비해 해외에서는 높은 유병률의, 흔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강력한 생물학적 제재로 인해 수술로 넘어가는 경우도 과거보다 현저히 줄었고, 갑작스러운 증상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줄었다”며 적극적인 치료를 당부했다. 차 교수는 식습관에 대해서는 “활성기에는 부드럽고 자극이 적은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지만 관해기에는 인스턴트나 기름진 음식만 피하면 먹는 데 제한을 따로 둘 필요는 없다. 주로 한식 위주 식단을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