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다음은 차별금지법…의제 주도권 놓지 않겠다는 민주당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검찰개혁 다음 입법 의제로 차별금지법(평등법) 추진을 제시했다. 야당이지만 172석의 의회 다수 의석을 발판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15년 전 평등법 논의가 시작됐지만 부끄럽게도 그동안 국회는 법제정에 한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했다”며 “평등법 제정 논의를 힘차게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위원장은 “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이 명료한 헌법의 가치를 우리 국회는 그동안 외면해온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성숙한 선진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민주당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평등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앞 단식농성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며 “인권활동가들께서 목숨 건 투쟁을 하고 있는데도 국회는 꿈쩍도 안한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은 현재 국회에 민주당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 그리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4건이 계류중이다.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용모 등 신체조건과 성별 정체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학력 등에 따라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우선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지만 아직 공청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 법은 그동안 보수 개신교단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해 선거를 앞두고 어느 진영도 추진하기 어려워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강행 처리를 불사하면서 차별금지법은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이 반발하고 있고, 당내에도 이견이 있어 현실적으로 처리에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이 유력한 김진표 의원이 이 법안 통과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당내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20여 개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성적 지향 등 19개 폭 넓게 예시된 분야에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시정받을 수 있는 절차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성급하게 처리할 경우 동성애·동성혼에 반대하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기독교계의 우려가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