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 조절’ 한다

집값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규제완화 관련 속도조절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가 집값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규제완화 관련 속도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경기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전체 마스터플랜 수립부터 특별법 제정까지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비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집값 상황을 봐가며 최적의 시기를 찾되 준공 30년 단지의 정밀안전진단 폐지 공약은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25일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관련해 "신도시는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특별법이라는 별도의 트랙으로 가되 긴 호흡으로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1기 신도시 전체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마스터플랜)부터 그리는 것이 우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가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최근 분당·일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은 용적률 500% 허용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며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이 1억원 이상 뛰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는 당장 재건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발 방향에 대한 밑그림부터 그린 뒤 방향성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갔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 관계자도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단순히 준공 30년 차에 들어선 개별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아니라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신도시 전체의 도시계획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대한 문제"라며 "베드타운인 현재 1기 신도시를 어떻게 자족도시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와 정부는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이 문제에 접근해나갈 방침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나란히 5건의 노후신도시 재생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법안에는 1기 신도시를 '노후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개선 특별지구' 또는 '노후신도시재생지역 진흥지구'로 지정해 용적률 등 건축 규제를 풀어주고 기반시설을 지원하며 각종 관련 법률을 특별법으로 통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수위와 정부는 다만 법 제정에 앞서 신도시를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 마스터플랜 수립 단계부터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달 초 발표되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신도시 재정비는 중장기 국정과제로 담기게 되며,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1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5곳으로 1989년 개발계획 발표 후 1996∼1997년(입주 기준)까지 총 432개 단지, 29만2천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분당신도시가 지난해부터 입주 30년이 되는 단지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는 일산·평촌·산본, 내년에는 중동신도시가 준공 30년된 단지들이 등장하는 등 입주 시기별로 순차적으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다.

 

그러나 평균 용적률이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로 분당과 일산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재건축 단지보다 용적률이 높고 지구단위계획으로 허용 용적률이 제한돼 있어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지난 14일 고양시의회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차원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을 현행 230% 이하에서 250% 이하로, 3종 일반주거지는 250% 이하에서 300% 이하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으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한 바 있는데 향후 신도시 특별법이 제정되면 상당수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와 정부는 현재 신도시의 주거지 용적률을 법정 상한(최대 300%)까지 올리되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준주거지역 등으로 종상향을 해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신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정비사업도 속도조절에 나선다.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 없어 새 정부 '규제완화 1호'로 점쳐졌던 안전진단 규제에 대해선 '완화 방침'에는 변함없지만 당장 서두르진 않고, 집값 추이를 봐가며 완화 시기를 저울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직후 정부의 제도개선안이 곧바로 공개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은 공약에서 현재 안전진단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는 반면 주거환경 비중은 15%에서 30%로, 건축마감·설비노후도는 25%에서 30%로 각각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거환경 비중이 높아지면 주차장 부족 등으로 재건축을 원하는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가 수월해진다.

 

윤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였던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은 무분별한 재건축과 과도한 재건축 기대감으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안전진단의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재 50%에서 30%로 낮추는 등의 완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는 물론 인수위 내부에서도 30년 이상된 단지에 무조건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대변인이 이날 "재건축 관련 공약폐기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관가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해 공약 철회 내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밀안전진단은 지자체가 현장에서 육안으로 진행하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에 대해 구조 기술사가 정밀 검증을 거쳐 노후도의 등급(A∼E등급)을 매기는 절차로, 여기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과 E등급(재건축 확정) 이상 받아야 재건축의 길이 열린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단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이나 국토안전관리원(옛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부터 추가로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를 거쳐야 하며, 적정성 검토에서도 D등급이 확정돼야 최종 재건축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예비안전진단은 형식적 수순으로, 인수위가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등 항목 규제를 풀어주면서 정밀안전진단까지 없앤다는 것은 사실상 준공 30년된 단지는 '자동문'격으로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며 "애초 현실성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밀안전진단을 없애진 못하더라도 대신 건기연 등이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는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의 문턱을 낮춰주는 방향으로 공약을 수정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단지 등은 앞서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으나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유지·보수)으로 바뀌어 탈락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완화는 늦어도 연내에 법 개정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미 전국 63개 단지, 3만3천800가구에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데다 서초구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은평구 연희빌라(현 서해그랑블) 등 이미 입주를 마쳐 부담금 확정액 통보 시점이 지난 단지들도 있어 법 개정을 마냥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행 3천만원 이하인 재초환 면제 기준을 상향 조정해 면제 대상을 확대하고 3천만원 초과부터 초과이익 구간별로 10%부터 최대 50%인 부과율을 절반가량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법 개정이 지연되거나 감면 범위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

 

인수위와 정부는 앞으로 사업 초기 단지에 대해서는 부담금 부과 방식을 전면 손질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행 재건축 부담금이 미실현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인데다 준공 때까지 부과금액이 불투명하고, 집값 변동에 따라 단지별로 부담금 차이가 커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 등을 고려한 조처다.

 

이미 기존 방식으로 예정액이 통과된 단지는 제외하고, 앞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업 초기 단지에 대해서는 '공공기여제'를 활성화해 용적률 상향에 대한 대가로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짓게 하거나 공공시설 부지로 토지를 기부채납하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새 정부 출범 이후 역세권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일반주거지역(3종 기준 최대 300%)을 준주거지역 등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때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3종 기준 100%포인트)을 공공이 환수해 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의 반값에 분양하는 '역세권 첫 집'으로 공급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역세권 첫 집으로 5년 내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