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와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기초로 여야가 합의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시하면서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중재안을 재논의하자는 결론을 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이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가능하면 여야 간 합의 하에 처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 민주당 측에서 제기되는 '단독처리' 목소리에도 부정적 인식을 함께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검수완박 법안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 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저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박 의장 중재안은) 수사권·기소권이 당장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로서는 불만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반대하는 분들은 그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불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라며 "또 앞으로 계속해 나아가야 할 협치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단독처리에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저의 입장은 (기자들도) 잘 알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왔다"면서도 "다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추진하는 방법이나 과정에 있어서는 역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가능하면 (여야 간) 합의 하에 처리되면 더 좋다"며 "검찰과 경찰 간에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지휘부의 총사퇴를 비롯한 검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서는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찰 역시 여야가 합의했던 중재안에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갖고 있던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만도 있을 수 있고,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에게 주는 불편 등을 걱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중재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이 장점을 보였던 부패수사, 경제수사 부분은 직접 수사권을 보유하게 된다. 직접 수사권이 없는 부분도 중요한 사안들은 영장이 청구되거나 기소까지 가게 되기 때문에 영장을 검토하는 과정,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검찰이 잘하는 일,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보다 가벼운 사건들은 경찰에 넘겨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이 만약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수사 검찰이 가진 수사능력, 검사와 수사관들의 수사 능력, 검찰 일부의 특수수사 능력 등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소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속 절차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수사권, 기소권 분리의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협력해 국민들을 위한 수사 효율을 높이고 공정한 수사를 이루게 하느냐 거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향으로 검찰이 더 노력해주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김오수 검찰총장 등 검찰 지휘부의 사표를 어떻게 처리할 방침이냐는 질문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한 여야 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 당분간 김 총장의 거취에 대한 결정은 유보하겠다는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