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KIA, 박동원 ‘현금 트레이드’ 논란 [송용준 기자의 엑스트라 이닝]

KBO의 뒤늦은 승인 왜?

키움 12차례 뒷돈 131억 챙겨
부정행위 적발… 의혹의 시선

프로야구 초창기엔 일반적
추후 재정난에 빠진 구단의
생계용 선수판매 수단 활용
키움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박동원이 KIA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이번 트레이드에서 KIA가 선수와 신인지명권 외에도 키움에 현금 10억원을 지급하기로 해 KBO는 그 내용을 검토하고 하루 뒤인 25일 이를 승인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2022시즌 초반 한국프로야구(KBO) KIA가 벌써 두 건의 트레이드로 전력 강화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특히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와 합의한 트레이드가 눈길을 끌었다. KIA는 내야수 김태진과 내년 신인지명권에 현금 10억원까지 얹어 주면서 키움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이를 통해 KIA는 우타 거포 포수를 확보하게 됐다.

대개 트레이드가 성사되면 KBO는 이를 즉시 승인해 그날부터 유니폼을 바꿔 입고 경기에 투입된다. 하지만 KBO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검토를 거쳐 하루 늦게 승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현금 10억원 때문이었다. 현금 트레이드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지만 선수가 부족한 KBO리그에서 최근에는 큰 이유 없이 돈을 받고 선수를 보내는 일이 드물다. 더군다나 히어로즈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12차례 트레이드 과정에서 총 131억5000만원이나 뒷돈을 챙긴 것이 2018년 적발된 참이다. KBO로서는 현금이 개입된 트레이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박동원 영입에 KIA는 왜 10억원이나 지급했을까. 이유는 박동원이 예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KIA가 이번 시즌 뒤 FA로 박동원을 영입할 경우 올해 그의 연봉 3억2000만원의 최소 200%를 원소속구단 키움에 줘야 하기에 그 금액인 6억4000만원에 웃돈이 더해져 책정된 액수라는 것이다.

어쨌건 히어로즈 뒷돈 파문 탓에 현금 트레이드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 크지만 이런 우려는 이전 쌍방울 레이더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KBO리그 역대 1호 트레이드였던 1982년 삼성 서정환의 해태 이적이 현금 트레이드였을 만큼 리그 초창기 현금 트레이드는 일반적이었다. 선수가 부족했던 해태, 삼미 등과 신생구단이었던 한화, 태평양, 쌍방울 등도 적극적인 현금 트레이드로 선수를 보강했다. 그러나 현금 트레이드는 재정난에 빠진 구단의 생계용 선수판매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97년 쌍방울은 김기태, 김현욱, 박경완, 조규제 등 주축 선수들을 팔아 구단 운용자금을 만들었다. 2007년대 현대가 모기업의 지원 중단 선언으로 해체 위기에 놓였을 때는 KBO가 모아두었던 기금을 한 시즌 동안 투입해 선수 팔기를 막기도 했다. 2008년 현대를 인수한 히어로즈의 등장은 현금 트레이드 자체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번 박동원 트레이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히어로즈가 주축급 선수를 또 다른 현금 트레이드로 시장에 내놨다는 소문도 돈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히어로즈가 자금난에 빠져 선수 팔기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