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친서 전달… 취임식 언급은 없어 기시다 “관계 개선 필요성 공감” 재계 만나 수출규제 철회 논의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일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2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일본이 엄중한 인식을 갖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문제에 대해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협의단과 기시다 총리의 면담은 이날 오전 10시40분부터 총리 관저에서 약 20분간 진행됐다.
정 부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 사실을 공개하며 “2015년 양국의 합의정신인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상처의 치유라는 원칙에 입각해 해법을 마련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해 온 일·한 양국의 우호협력에 기반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현안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두 사안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며 한국이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왔다.
정 부의장은 “과거를 직시하며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자는 데 있어서 기시다 총리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 “인적교류의 확대를 위한 김포-하네다 국제항공노선 재개, 코로나19 격리면제, 비자면제의 복원 등 제도적 기반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한, 일·미·한의 전략적 제휴가 이렇게 필요한 때는 없었다. 한·일 관계의 개선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호응했다. 이날 만남에서 정 부의장은 양국 관계의 회복 의지를 담은 윤 당선인의 친서를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했다. 기시다 총리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협의단과 기시다 총리의 만남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한·일 양국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미국 정부도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의단은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 후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과 면담을 진행했고,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게이단렌((經團聯) 회장 등 일본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는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서 정 부의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양국 협력의 동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수출규제의 조속한 해제를 위한 경제계의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