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실상 ‘4·25 핵 독트린’”… 한반도 ‘강대강’ 구도 본격화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계기 열병식을 개최했다. 열병식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상 북한식 ‘4·25 핵독트린’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더 이상 대화 보다 핵 무력을 앞세운 외교로 나서는 가운데 새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선(先)비핵화, 후(後)대화’ 기조여서 한반도 ‘강대강’ 구도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7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북한)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공화국의 핵무력은 언제든 자기의 책임적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연설 중에서 핵무력의 ‘기본사명’으로 “근본이익 침탈시 결행”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주목했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력 사용 기준을 자국이 군사적 공격을 받을 경우를 말했는데, 이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계기 열병식을 개최했다. . 뉴스1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격·침략을 받을 때만이 아니라 이익을 침탈당하는 특정 상황에선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다 폭넓게 열어두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또 홍 실장은 “북한이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핵무기 개발한다는 논리는 2020년 이후 사용하는 논리인데,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전면화됐다”며 “여기에 한미의 북핵 공조, 확장억제력 강화 움직임, 선제타격론 등에 대응한 공세적 교리 변화를 의도적으로 보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근본이익’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사실상 자신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군사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박 교수는 “올해 들어 집중적인 핵미사일 발사를 감행해온 북한이 이를 지속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북한은 이미 모라토리엄을 파기하였으므로 향후 핵실험을 포함한 다양한 핵미사일을 ‘속도전’ 형태로 발전시키는 도발적 행위를 연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5일 북한 열병식 장면. 뉴스1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는 “북한의 핵사용 문턱이 더욱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은 윤석열 당선인의 ‘선제타격론’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을 공격해 전쟁이 발발하면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북한이 핵무력을 사용해 한반도를 통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센터장은 “김정은이 열병식에 이례적으로 ‘원수복’을 입고 등장해 연설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강경 정책에 ‘강대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더 나아가 “사실상 북한의 ‘4·25 핵독트린’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연설”이라며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받기 위한 수순인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도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이라는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계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핵실험을 포함해 핵·미사일 개발을 빠르게 진행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월 하순 개최 예정인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