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변경 통보 안 해서"…공군 훈련기 충돌 사고는 '인재'

4명 순직 사고 조사 결과

선도 조종사 경로변경 안알려
뒤따라오던 훈련기들 사고 당해
관제사도 파악 못해 과실 지적
미통보 조종사 등 문책위 회부
사고 항공기 기체 결함은 없어
지난 1일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일대에서 공군 훈련용 전투기 KT-1 두 대가 충돌하면서 인근 야산에 파손된 기체 파편이 떨어져 있다. 뉴스1

지난 1일 경남 사천시에서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비행훈련 중 충돌해 4명이 순직한 사고는 선도비행하던 다른 훈련기 조종사가 경로변경 통보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공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사천 소재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는 훈련기 2대가 10초 간격으로 먼저 이륙했다. 35초 뒤 다른 훈련기 1대가 이륙했다. 시계비행 편대훈련을 위해 먼저 이륙한 편대비행조의 A훈련기는 비행교수가 조종했다. B훈련기는 훈련조종사가 A훈련기를 맨눈으로 보면서 뒤따라 비행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이륙한 C훈련기는 계기비행(계기판에 의존한 비행) 훈련을 하고 있었다.



먼저 이륙한 2대 중 앞에서 비행하던 A훈련기 조종사(비행교수)는 비행경로에 구름이 낀 것을 보고 경로를 변경했다. 하지만 이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경로변경 통보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훈련기는 C훈련기와 부딪히기 직전에 급강하하면서 충돌을 피했다. 그러나 A훈련기 뒤에서 따라오던 B훈련기는 C훈련기를 피하지 못해 기지 남동쪽 약 3㎞ 지점 상공에서 충돌했다.

관제사의 과실도 있었다. 사고 발생 전 관제사는 훈련기들의 경로를 확인하고 수정해야 했지만, 다른 비행기들이 많아 해당 훈련기의 경로 변경 등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당시 B·C훈련기에 탔던 이장희·전용안 비행교수와 훈련조종사 차재영·정종혁 대위(추서 계급)가 순직했다. 순직한 비행교수·훈련조종사들은 충돌을 예상하지 못해 사출(탈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21일 KT-1이 경남 창녕군 도천면 남지 비상활주로 인근에서 이착륙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군 관계자는 “비행사가 조종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충돌 직전에 적절한 회피기동을 하지 못했으며 전방 공중경계도 소홀히 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관제사가 적극적으로 관제 조언을 하지 못한 것도 사고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공군은 비행 경로를 변경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A훈련기 조종사(비행교수)와 관제사, 관할 지휘관 등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관계자들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고 항공기의 기체 결함 등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KT-1 훈련기는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된 최초의 국산 훈련기다. 학생조종사들이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기본교육 과정을 이수할 때 활용된다. 복좌(2인승) 형태로, 각각 학생조종사 1명과 비행교수 1명이 탑승한다.

공군은 사고 이후 공중충돌 방지 대책 교육 등을 시행했으며, 군용기들의 이·착륙 절차를 개선했다. 다음달 2일부터 사고 기종인 KT-1의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