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6일 자정께 ‘검수완박’ 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표결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의힘의 항의와 관련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법사위 회의실에 난입하고, 또 회의 진행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민형배 의원의 자진 탈당을 통해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킨 만큼 여야의 ‘국회 선진화법‘ 위반 책임 떠넘기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YTN 박지훈의 뉴스킹과의 인터뷰에서 “법사위 폭력 부분, 야유라든지 이 부분 입장은 어떤가. 고발할 것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당연히 고발해야죠”라고 답했다. 특히 윤 위원장은 “20대 말쯤 패스트트랙을 처리할 때 국회 선진화법 위반이 있었다”며 “당시는 검찰이 수사하다 보니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이 안 되고 재판이 지지부진한데, 지금은 공수처가 수사하니 잘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이 말한 국회선진화법 위반은 지난 20대 국회이던 2019년 4월 말 ‘동물 국회’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놓고 극한 대치 중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입법에 필요한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과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안과 비례성을 강화한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협의했다. 이에 당시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이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를 동원, 몸으로 회의 진행과 법안 제출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법과 폭력행위처벌법을 위반했다고, 한국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폭처법을 위반했다고 상호 고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 소동과 관련해, 박홍근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 모두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박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국회법대로 징계를 건의했고, 징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사법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봉을 빼앗고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하고, 국회 방호직원까지 폭행했다며 “그냥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거기에 해당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인이 잘 알 것이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역시 편법을 통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6일 안건조정위원회는 소집된 지 8분여 만에 종료됐다.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자진 탈당을 통해 야당 안건조정위원 한 자리를 차지해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헌법재판소에 본회의 부의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민 의원 탈당에 대해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 의원으로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두 법안은 안건조정회의 안건에 포함됐다”며 “민 의원이 위장 탈당 후 야당 몫 3명 중 1명으로 선임된 것은 안건조정위원회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