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씨 딸은 편들어주는 사람이라도 있지만 나는 가족 전체가 난도질 쳐졌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피의자였던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유튜브 등 언론을 통해 공개적인 행보에 나섰다. 최근 논란이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에 대한 인권 문제가 표면화되자 자신과 동일한 잣대로 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정씨의 공개적인 행보로 인해 국정농단 사건이 또다시 소환되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불똥이 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조민에 대한 인권 문제?”, 정유라 “나 때는 더해”
28일 정계에 따르면 정씨는 최근 가로세로연구소와 ‘성제준TV’ 등 보수 색채의 유튜브채널을 통해 연일 조씨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6년 동안 비슷하게 살았다. 계속 끊임없이 기자들이 찾아오고 여전히 끊임없는 허위 사실에 고통받고 있다. 사회, 경제, 친목 활동 아무것도 못 한 채 똑같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의 딸 조씨와 자신의 입시 비리를 놓고 이중잣대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씨는 “요즘 민주당 당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조국 따님 인권을 박살 냈다고 하더라. (나는) 압수수색 나왔을 때 이미 30주가 넘은 만삭이었다. 출산일이 언제냐고 물어보더라. 이날 수술할 거라고 말을 했더니 다음 날 병실로 압수수색을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국씨 딸은 편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힘들다고 말할 부모도 있지만 저는 가족 전체가 난도질 쳐졌다”며 눈물을 보였다.
일각에서 조씨에 대한 무단 촬영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자신의 사례를 비교하며 형평성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가세연은 조씨가 근무하는 경기도 소재 병원에 찾아가 사전 동의 없이 인터뷰를 시도했고, 이후 조 전 장관도 페이스북에 “쓰레기 같은 악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슈퍼챗(유튜브 후원금) 받기에 혈안이 된 이들의 패악질에도 끝이 있으리라 믿는다”며 비판한바 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선대위 정세분석실장도 페이스북에 “이래서 가세연이 선정적인 황색 저널리즘이라 욕먹고, 강(용석) 변호사의 국민의힘 복당이 불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개월만에 중졸된 정유라와 2년 넘어 고졸된 조민
허위추천장 등 혐의로 어머니인 정경심 교수가 유죄를 선고받은 조씨는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돼 현재 의사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고, 정씨도 이화여대 입학 취소에 이어 청담고등학교 졸업도 취소 처분을 받아 현재 중졸 신분이다.
조씨와 정씨, 두 사람의 대학 및 고등학교의 입학 취소 과정은 사뭇 달랐다. 정씨의 경우 어머니인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2016년 9월 이화여대 부정입학 논란이 제기됐고, 이화여대는 논란이 제기된지 3달여 만인 12월2일 정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전형 면접에서 정씨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게 이유였다. 이후 청담고가 정씨의 졸업을 공식 취소한 시기는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17년 3월 8일이다. 정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후 중졸로 전락하는데까지 교육부의 입학 취소가 초고속으로 진행된 것이다.
조씨의 경우에는 부산대가 조씨에 대한 의전원 입학 취소 예비 행정처분을 내리기 까지 의혹이 제기 후 2년7개월이 소요됐다.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며 부산대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또 구속영장을 두번이나 청구하며 정씨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과 달리 조씨의 수사는 비공개 소환 등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2017년 6월 이화여대 학사비리 혐의를 받는 정씨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2차 구속영장을 거듭 청구했다. 특히 5번의 소환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자진 출석한 정씨에게 수갑을 채워 포토라인 앞에 세웠다. 이에 검찰의 수사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박근혜에 정유라까지, ‘국정농단’이 소환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태 당시 주역들의 출소에 정씨까지 공개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원죄가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새정부 출범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정씨까지 나서면서 국민들에게 국정농단 사건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며 “결코 좋은 영향이라고는 볼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부정적인 시선 때문만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보수층의 내부적인 비판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한 때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검사로 활동하며 국정농단 수사의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짙은 TK(대구경북)에서는 여전히 윤 당선인에 대한 앙금도 남아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지난 12일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난 직후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어떤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제 미안한 마음 이런 것들을 다 말씀드렸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구와 경북지역의 민심을 고려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나 박근혜 책임론 벗기에 나선 것이다.
대구 지역의 한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과 당원, 지지자들이 일심동체로 새정부 출범을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태에 자주 언급될 경우 우리당(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득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