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나 현 정부나 똑같습니다. ‘반짝’ 관심이 쏟아질 때만 뭐든 해줄 것처럼 공약을 남발하다가 잊힐 때쯤 슬그머니 없던 일로 되돌리는 행태는 더는 없었으면 합니다. 백신 피해자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에요. 정부가 처음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 그거 하나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13일 윤석열 정부에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장은 지난달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내놓은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 이어 이날 발표된 백신 지원 방안에 이처럼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을 맡은 이상민 신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백신 이상 반응 사망 위로금을 2배 늘리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백신 이상 반응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보상 및 지원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지원금액도 높이겠다”며 “백신 전문 연구기관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도 인수위에서 지난달 발표한 로드맵에 따라 과학방역을 통해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고 했다.
백신 이상 반응 의료비는 상한선을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사망 위로금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상향한다는 게 이날 발표의 골자로, 로드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로드맵에 지속해서 반발해왔던 코백회 측은 이날 발표에도 즉각 반발했다.
김 회장은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데 보상금 높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인과성을 인정하는 문을 좁게 만들어 피해자들을 오히려 가둬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곳 분향소를 찾아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선(先)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떠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급성 심낭염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무슨 시험 합격자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들이 이런 것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도 전했다.
코백회 측은 지난 정부부터 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백신 접종과 피해·사망 간 관계를 개별적 사례로 접근해 인과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전 인수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인근에서 로드맵 발표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번 로드맵은 백신 피해자를 기만한 것으로 보여주기식 답변”이라며 “요구사항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아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이번 정부에 로드맵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는 백신 이상 반응 치료비와 사망 위로금 한도를 각각 5000만원, 1억원으로 상향 지급하는 로드맵을 발표했었다. 백신 접종 후 돌연사를 해도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었다. 당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코로나19 후유증 상황을 조사해 지원체계를 만들고, 백신 이상 반응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질환을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었다. 다만 백신 피해 인과성을 인정하는 질환의 범위나 사망 위로금을 지급하는 기간 등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코백회는 당시 기자회견 자리에서 질환별로 이뤄지는 인과성 평가와 지나치게 엄격한 심의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인수위의 이 같은 제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었다.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약속한 ‘사망자 선 보상, 후 정산’, ‘중증환자 선 치료, 후 보상 제도 확대’ 등 ‘백신 접종 부작용 국가책임제’가 담기지 않았다고도 지적했었다. 그러면서 ▲인과성 평가방식 개선 및 개별사례별 접근 ▲백신 부작용 판단에 주치의·역학조사관 의견 적극 반영 ▲인과성 판단에 앞선 복지 차원 피해자 치료비 및 유족 생활비 선지급 후 정산 ▲백신 인과성 인정 질환 범위 확대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이상 반응의 질병 코드화 등도 요구했다.
김 회장도 당시 기자회견에서 “의학적 인과관계가 입증돼야만 보상할 수 있다는 접근은 피해자를 이중, 삼중의 고통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이상 반응의 증명 책임을 피해자가 하도록 한 접근도 불합리하다”고 비판했었다.
강윤희 상임 고문도 “인수위가 제시한 안에는 (백신 이상 반응) 인과관계 평가에 대한 방안이 없다”며 “새 정부가 책임감 있는 조처를 강구해주길 부탁한다”고 주문했었다.
이어 “인수위는 백신 부작용과 피해를 다루는 데 있어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문 정부의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았다”며 “그런데 로드맵을 보면 인과관계 평가나 보상 내용에 있어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었다.
장성철 부회장은 “인수위가 단순히 금액 부분만 조정해 운영한다면 현 정부처럼 임기응변식 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며 “보상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적으로 보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계속해서 “접종 후 30일 이 돌연사했을 때 (위로금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라며 “실질적으로 보상받거나 보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코백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신용현 대변인 등 당시 인수위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있는 이 단체의 분향소를 찾아 요구사항을 윤 대통령과 인수위에 전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김 회장의 전언이다.
김 회장은 또 “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이 짜인 각본대로 진행할 거였으면 분향소는 왜 찾아왔으며 피해자 가족은 왜 만났느냐”라며 “그저 쇼였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코백회는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단체로, 백신 접종으로 가족을 떠나보내거나 피해를 보았다며 지난해부터 정부를 상대로 원인 규명과 인과성 인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11일부터는 청계광장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추모 및 ‘촛불집회’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에 맞춰 내주부터는 서울 용산역 집무실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