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안타까움이 커지던 순간 뭔가 짧지만 강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빈손으로 돌아갈까 걱정했는데, 기대하지 않은 큰 상을 받게 돼 매우 만족합니다.”
지난달 30일 서해안 일대 3곳에서 펼쳐진 제5회 세계드론낚시대회에서 우승한 ‘대청드론’ 팀을 구성한 형제의 소감이다. 전남 영광군 출신의 정완섭(52)·정경섭(43) 형제는 척척 들어맞는 호흡으로 인천 영종도 무의도에서 52g짜리 노래미 1마리를 낚아 올리면서 1등 상금 700만원을 차지했다. 9살 터울의 형제는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이란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평소 낚시와 드론에 관심은 있었지만 전문적으로 다룬 적은 없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장비들도 모두 동네 이웃들에게서 빌렸다고 한다.
형제는 평소에도 가까운 곳에 살면서 교류할 만큼 돈독한 우애를 자랑한다. 손발이 잘 맞아 첫 출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당일 오전 8시 고향에서 함께 차량으로 출발한 형제는 꼬박 5시간을 넘게 달려 대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팀명은 형제가 나고 자란 영광군의 마을 이름에서 붙였다고 소개했다. 70대 노모를 모시는 형은 “2020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기뻐하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형제는 향후 농촌에서 드론 관련 방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위는 정영석(38)·정영재(32) 형제와 직장 동료로 구성된 ‘디에어’ 팀의 차지였다. ‘대청드론’ 인근에 터를 잡고 동일한 어종인 노래미를 끌어 올렸지만 아쉽게도 4g이 모자란 48g에 그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디에어’는 지난해 대회 때 충남 당진 왜목마을에서 22g짜리 망둑어를 잡아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한 팀이다. 형 영석씨는 “드론 제작 업체를 운영 중이다. 무인멀티콥터 1종, 무인비행기 1종, 무인헬리콥터 1종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동생도 낚시 경력 10년이 넘어 실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올해도 2등에 만족해야 했다.
3등은 낚시 경력은 없지만 드론에 익숙한 아버지와 아들로 이뤄진 ‘J2’ 팀의 몫이 됐다. 아빠 김형석(45)씨와 아들 재종(15)군은 이번이 첫 참가였다. 아들 몰래 대회 참가를 신청한 김씨는 예상치 못하게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다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비도 바다에 적합하지 않은 민물낚싯대로 대회에 임했는데 43g짜리 복어를 낚았다. 낚시 경험은 전무했지만 드론 조종만큼은 자신 있었다. 아빠와 아들 모두 여러 드론레이싱대회에 출전해 왔다. 김씨는 “아들과 함께 드론에 관심이 많았다.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 물고기가 걸렸다”고 전했다. 이어 “2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고 덧붙였다. 드론을 날리면서 활약한 재종군은 상금 일부로 여동생을 위한 게임기를 사겠다고 밝히는 등 따뜻한 마음을 보였다.
4위에는 구읍뱃터에서 40g짜리 망둑어를 잡은 ‘빅 드리머(BIG DREAMER)’ 팀이 올랐다. 구성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이왈드(Ewald·39)씨와 친구 김덕현(40)씨로 출전을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
이번 대회에서 1∼3위 수상자는 소무의도 몽여해변에서 모두 배출되며 이곳은 낚시 명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의도에서 인도교로 이어진 소무의도는 전체면적이 1.22㎢ 규모의 작은 섬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동쪽으로 모래의 하얀 굴껍질과 몽돌로 이뤄진 250m 길이의 몽여해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