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원들이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한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당신’, ‘앙증맞은 몸’ 등의 표현을 사용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제명 또는 징계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석을 점거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기현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한 징계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단을 면담했고 여성 의원들을 즈려밟고 간 사실이 없다”며 “허위 사실로 국회의장 명예훼손과 의회 모독을 자행한 배현진 의원과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한 김기현 전 원내대표만큼은 반드시 법에 따라 일벌백계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배 의원이) 당선인 대변인이라는 점이 경악스럽다. 당선인을 대신해 의장을 공격한 것인가”라며 반문한 뒤 “국회법에 의해서든 국회선진화법에 의해서든 배 의원은 사퇴와 제명, 김 전 원내대표는 중징계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곧 출범하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사실상 여야 합의로 만들어져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를 통과할 검찰개혁법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배 의원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로 결정하는 안건이 처리되자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단상에 올라선 배 의원은 박 의장이 국민의힘 측 의견을 수렴해주지 않은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박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인사를 생략했고 박 의장을 맹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게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인가”라거나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위를 밟고 지나가기 위해 구둣발로 저희를 걷어차며 용맹하게 의장석으로 올라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행위는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입을 모아 징계 요청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서명한 합의안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국회 내에서 폭력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앞서 ‘검수완박’ 법안을 다소 무리하게 추진하다 민심을 잃은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배현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앙증맞은 몸’이라며 박 의장을 비하하기까지 했다”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국회법상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원욱 의원과 고민정 의원 등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배 의원의 행동을 맹비난했다.
지난 27일 국민의힘의 법사위 위원장석 점거와 30일 본회의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에 관해 민주당은 오는 3일 열릴 본회의에 징계안을 상정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인 회의 진행 방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징계안은 인사 관련 부분이라 국회법상 사건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5일 이내 처리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부득이 3일 본회의에서 관련 징계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상 징계가 아닌 국회법 위반으로 인해 형사적, 사법적 처리할 대상이 있다. 의원 신분이 아님에도 법사위원장실에 난입해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회의 방해행위에 가담한 분이 있다”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