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강화, 반려동물 유기시 ‘형사처벌’

법원, 동물유기 혐의로 재판 넘겨진 피의자들 연이어 ‘벌금형’ 선고

동물보호법의 강화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면서 최근 법원이 동물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에게 연이어 벌금형이 선고됐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유기범에 대한 형사처벌이 동물유기 건수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옥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몽골 국적의 A씨는 광복절이었던 지난해 8월15일 오후 4시쯤 서울 시내 한 공원 내 가로등 옆 배수로에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버려졌던 고양이는 주변을 지나던 시민에게 발견돼 보호 조치를 받았지만 '강독성 칼리시'에 감염 증상을 보였고 결국 회복하지 못한 채 유기 11일 만인 8월26일 안락사됐다.

 

사건을 제보받은 '동물권행동 카라'는 경찰에 유기범을 처벌해달라고 고발을 진행했고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해 지난해 10월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A씨가 불복하면서 정식 재판이 열렸다.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뿐'이며 '유기할 고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그는 재판에서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들이 많이 노는 장소에서 놀 수 있도록 잠시 풀어준 뒤 고양이 가방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사로 등 옆 배수로에 숨겨 둔 것'이었다며 '두 아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돌아와 보니 고양이가 없어져 1시간가량 고양이를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판사는 A씨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과도 배치되는 점을 지적하며 고양이를 유기할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실제 A씨는 '고양이를 두고 간 자리에 1시간 후 다시 돌아와 보니 고양이와 가방이 사라졌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에 광복이와 고양이 가방은 유기된 장소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지난해 2월부터 강화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단순히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됐다. 과거에는 동물유기 시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최대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과태료의 경우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전과기록이 남지 않지만 벌금형은 형사처벌이라 전과기록이 남게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1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도 강아지를 유기한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된 사례가 있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인 B씨는 지난해 3월일 순천 시내 인도에 설치된 쓰레기 통해 갓 태어난 강아지를 신문지로 싼 후 비닐봉지에 담아 버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또 지난달 20일 경남 함양군에서는 '강아지 키우실 분 가져가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강아지 5마리가 상자에 담긴 채 유기된 사건이 발생해 군청이 경찰에 불상의 유기 혐의자을 고발을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동물보호법 강화로 동물유기범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자료를 분석해 발간한 '2021년 유실·유기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11만6984건의 동물 유실·유기 사건이 발생했다.

 

유기·유실된 동물 중 가족을 찾아 반환된 건수는 1만4006건(12%)에 그쳤으며 3만209건(25.8%)은 보호 중 자연사했고 1만8406건(15.7%)는 안락사됐다. 3만8044건(32.5%)의 경우 새주인을 만나 입양되기도 했다.

 

동물 유기·유실이 매년 10만여건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카라 측은 "동물은 지각력과 감정을 지닌 생명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는 평생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과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카라는 "동물유기가 동물 학대 행위라는 것이 인정되고 벌금형이 내려진 만큼 시민들의 동물권 인식이 증진되고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경각심도 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