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달러 환율…美 기준금리 인상하면 더 오를까? [뉴스분석]

원·달러 환율 6거래일 만에 35.5원 치솟아
美 연준 0.5%p 금리 인상 ‘빅스텝’ 예고
환율, 금리 인상 선반영…향후 떨어질 수도
금리보다 우크라 사태, 中 도시 봉쇄 변수
사진=뉴스1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265.1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1일 1238원(마감 기준)에서 28일 1273.5원으로 6거래일에 만에 35.5원 치솟았다가 29일 1255.9원에 마감하며 하루 만에 상승분의 절반을 되돌렸다. 하지만 이날 다시 1260원을 넘겼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미국의 통화긴축 예고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장기화, 중국의 봉쇄 조치 확대 등이 더해져 세계 경제 불확실성 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경향이 뚜렷해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어디까지 오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빅스텝’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은 연준이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5월 0.5∼0.75%p인상 후 수 차례에 걸쳐 연내 2.5% 선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265.1원에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가 높아져 자연히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날 환율이 다시 오른 것도 3~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를 앞두고 긴축 경계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미 기준금리 인상기 동안 원·달러 환율도 계속해서 오르게 될까.

 

시장에선 13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렇게 단순히 볼 수도 없다는 시각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월 1080원대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며 1년 넘게 우상향 해왔다. 코로나19 종식 기대감과 함께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다. 지난 1월 연준이 기준금리 빅스텝 인상과 테이퍼링을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더 가파르게 높아졌다. 바꿔 말하면 연준의 긴축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이미 금융지표에 반영된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가 높아져 원·달러 환율이 오르게 되는데,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이 결정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오히려 환율이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이는 이전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2001년 경제위기, 2008년 금융위기 후 회복기인 2004년, 2015년부터 금리인상기를 가졌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금리 인상 1년여 전부터 오르기 시작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기에 들어선 뒤엔 단기간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EPA연합뉴스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1300원선은 넘지 않도록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높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25일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은 물론 주요 수급주체별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원화 약세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시그널을 준 것이다.

 

구두 개입에도 외환 시장 불안이 계속될 경우 정부는 달러를 매도하는 등 조치를 통해 원·달러 환율을 낮추는 실질적인 개입에 나설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3분기, 4분기에도 각각 71억4200만달러, 68억8500만달러를 순매도해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했다.

 

이런 이유로 고환율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부 수석차장은 “금융위기 이후 환율 급등 시기를 살펴보면 고점 구간이 10일을 넘기지 않는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당국의 개입 등으로 큰 폭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된 뒤에는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지만 현재 환율은 국내 수출 둔화를 과도하게 선반영했다”면서 “향후 연준 긴축 불확실성 등이 해소되면 반대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라이만 인근 지역의 참호에서 러시아군과 대치하고 있다. 라이만=AFP연합뉴스

변수는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와 중국의 대도시 봉쇄 확대다.

 

미국의 긴축은 예측 가능하지만 국제정세 불안은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데다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문 수석차장은 “두 불안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달러 선호가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중재나 중국 정부의 백신 접종 확대 등을 통해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