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마스크를 쓰다 보니 벗는 것도 낯설고, 쌩얼(맨 얼굴)을 보이기도 싫어요.”
2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앞.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던 한모(16)양은 ‘오늘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이지 않냐’고 묻자 “어차피 버스 탈 때나 교실에 들어가면 써야 하는데, 굳이 밖에서 벗을 필요가 있나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맨 얼굴로 등굣길에 나선 박모(17)양은 또래 학생들과 출근길 직장인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얼른 마스크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박양은 “모처럼 마스크 없이 아침 공기를 마실 수 있어 등굣길이 상쾌했는데, 혼자 벗고 있어 민망했다”며 “다들 아직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게 어색한 모양”이라며 씩 웃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했다. 2020년 10월13일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566일 만이다. 다만 실외 공간이라도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 스포츠 경기장, 공연 등에서는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명동·광화문 일대의 점심시간에도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 이후 마스크를 목에 걸거나 턱에 걸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걸어 다니는 직장인들이 일부 눈에 띄는 정도였다.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24)씨는 “주변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점심 먹으러 갈 때 호기롭게 마스크를 벗고 회사 건물을 나섰는데, 나만 안 썼더라. 민망해져서 다시 바로 썼다”면서 “실외 노 마스크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카페 사장은 “오늘부터 마스크 야외 착용 의무가 해제됐나”라고 되물으며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주변 눈치도 신경 쓰이지만 아직 마스크를 벗기 불안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적 없는 사람 입장에선 마스크를 벗는 것은 여전히 불안하다”며 “오늘도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새로 주문했다”고 전했다.
반면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공원에서 운동이나 산책을 하며 봄 날씨를 만끽한 이들도 있었다. 여의도 공원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친구와 함께 농구를 하던 장석민(27)씨는 “실외 노마스크 관련 기사를 보고, 친구들과 농구하자며 작정하고 나왔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고 운동할 때마다 너무 숨이 차고 답답했다”며 “마스크를 벗고 운동하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곧 실내에서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뚝섬한강공원에서 만난 김모(21)씨는 “집을 나와 지하철 타고 이곳에 올 때까지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공원에 와서 마스크를 벗고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너무 좋다. ‘드디어 벗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