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과 승마, 수영, 사격, 육상 등 5개 종목을 모두 치러 승자를 가리는 근대5종.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고안한 종목이다. 1912년 제5회 올림픽 때부터 금메달이 나온 전통의 스포츠지만 복잡한 규칙으로 대중적 관심은 크게 얻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치러진 여자부 경기가 세계적 화제가 됐다. 승마 경기에서 독일 아니카 슐로이가 탄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해 결국 ‘0점’을 받은 것. 당시 슐로이는 펜싱과 수영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둬 종합 점수에서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악재로 무너진 그는 말 위에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대회 중반까지 금메달 1순위였던 슐로이는 끝내 30위권 밖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장애물 넘기를 거부했던 이 ‘고집불통’ 말이 근대5종 역사를 바꾸게 됐다.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집행위원회를 연 뒤 발표문을 통해 승마를 대체하는 시험에 나설 종목으로 ‘장애물 경기(Obstacle Discipline)’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UIPM은 승마 대체 종목과 관련된 60가지 넘는 제안 중 두 종류의 장애물 경기를 후보로 올렸으며, 6월 터키 앙카라에서 예정된 월드컵 파이널 직후부터 시험 운영을 거쳐 추후 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종목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식은 소개되지 않았다. 당장 새 종목이 확정되더라도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기존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이후 새 종목을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