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못 박은 文… 이제 헌재의 시간 [‘검수완박법’ 공포]

檢, 尹 정부서 법리다툼 전망 속
교수단체는 즉각 헌법소원 제기
헌법재판관 전원 새 정부서 교체
언제, 어떤 결정 나올지 미지수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헌법재판소 판단에 맡겨질 전망이다. 검찰은 예고대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청구 시기를 엿보고 있고, 교수 단체는 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74년간 자리 잡았던 형사사법체계의 운명이 헌재 손에 달린 셈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부터 개정 검찰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의 입법 과정 등에 대한 심리에 들어갔다. 앞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등으로 안건조정위에서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며 지난달 27일 가처분신청을 냈고, 이틀 뒤 법안 처리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권한쟁의심판청구서도 제출했다.

 

검찰이 별도로 청구할 권한쟁의심판에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 위배에 더해 법안 자체의 위헌성에 대한 지적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남겨진 6대 중요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수사 기능마저 박탈한 것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하고 수사권을 인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개정 검찰청법에선 △수사개시 검사의 기소 금지 △검찰총장의 수사인력 현황 분기별 국회 보고 등이 위헌 요소로 꼽힌다. 헌법상 검사의 ‘기소 책무’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삼권분립 위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개정 형소법에선 경찰 송치 사건 중 일부에 적용되는 ‘동일성’ 원칙이 범죄피해자의 헌법상 재판절차 진술권·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는 논리다. 아울러 공직자·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금지해 공직자와 정치인을 일반 국민과 차별 취급해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청구 시점에 대한 관측은 갈린다.

 

당초 검수완박 법이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는 즉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청구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사 개인이나 검찰청이 심판 청구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청구인에 법무부 장관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검수완박에 찬성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대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한 뒤에 청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개정 법안에 대해 명백한 위헌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변호사·교수 단체와 시민사회도 위헌 소송을 시작했다. 전·현직 교수 6000여명으로 구성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이날 전자소송으로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도 시민 1만명 이름으로 헌법소원을 위한 청구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헌재가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다만 윤석열정부 임기 내 헌법재판관 전원이 교체된다. 헌재 결정 시점에 따라 재판관 구성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권한쟁의는 재판관 9명이 참여해 5명 이상 찬성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현재 유남석 소장 등 6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