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의 아파트를 가압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우리은행이 횡령금 피해 복구 절차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송혜영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우리은행이 “614억원을 횡령한 직원 A씨 소유 아파트를 가압류하게 해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였다.
경찰은 지난 2일 우리은행 본점과 A씨의 집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한 자료를 바탕으로 횡령 경위, 우리은행 내 공모자 존재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가 빼돌린 횡령금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도 추적 중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일부는 동생이 하는 사업에 투자했지만 잘되지 않아 횡령금을 전부 날렸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숨겨둔 횡령금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10년간 횡령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 경영진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총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하고, 상시 감시시스템까지 가동했지만 횡령 사실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은행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주요 이슈에 대한 질책 사항을 적발하는 데만 중점을 두는 바람에 빚어진 일이란 의견도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모든 걸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기본 검사 시스템에 따라 샘플링만 해서 살펴봐야 하는 검사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년에 걸친 거액의 횡령사건을 잡아내지 못한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감원 검사 시스템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감사원이 이달 중 금감원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우리은행 경영진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직원 횡령 시기와 겹치는 2017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경영기획그룹장을 지내면서 내부회계관리를 맡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금감원과 우리은행 경영진 등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 제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