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최근 수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MBTI란 분석 심리학의 선구자인 카를 융(Carl G. Jung)의 이론을 바탕으로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1944년에 개발한 성격유형 지표입니다. I(내향)·E(외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를 조합한 알파벳 4글자로 성격유형을 16가지로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지 올해로 32주년을 맞은 유료 검사인데, 국내 유행은 영국에 있는 한 개인 사업체가 웹사이트에서 무료 제공하는 검사가 MBTI와 혼동되면서 시작됐다는 후문이 나옵니다.
이 같은 온라인 무료 성격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MBTI 유형별 특징이나 궁합에 관한 콘텐츠 등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수협과 아워홈 등의 기업은 자기소개서 항목에 MBTI 유형을 적도록 하는 등 채용에까지 활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일보 영상팀은 온라인 기반 무료 성격 검사를 바탕으로 한 MBTI 콘텐츠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올바른 활용법은 무엇인지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을 만나 들어봤습니다.
◆설문 결과만으로 유형별 특징, 유형 간 궁합 논하기 힘들어
김 연구부장은 정식 MBTI 검사 결과라 하더라도 설문·응답만으로 한 사람의 성격적 특징을 설명해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MBTI뿐만 아니라 모든 심리 검사는 전문가가 사전 안내를 해주고, 그 결과를 해석해주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유형별 특징 등을 설명한 온라인 글들은 이런 과정이 전혀 수행되지 않은 채 근거 없이 쏟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김 연구부장은 또 MBTI 유형만으로 궁합을 보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인간관계란 가족·배우자·친구·동료·상하 관계 등 매우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며 “이 같은 복잡한 인간관계를 MBTI 코드 하나만 가지고 분석하는 건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궁합은 인간관계를 넘어 전통 문화적 측면이 반영된 개념인 탓에 더욱 많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MBTI 코드만으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MBTI는 원활한 소통을 위한 ‘대인관계 도구’
김 연구부장은 채용에 MBTI 기반 성격유형을 활용해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무리 객관적인 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개인의 성격을 자기소개서에 써넣으라고 하는 건 MBTI를 공동 개발한 마이어스가 경계했던 대로 ‘개인에게 꼬리표를 다는 행위’와 같다”며 “MBTI는 2명 이상이 모여있는 집단에서 서로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도구로 써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어 “MBTI는 각 유형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행동 양식을 띠는지, 표현 방식은 어떤지 보여준다”며 “누군가와 갈등이 있을 때 상대방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표현을 선택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