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초강세 ‘계양을’ 출마… 안철수 “연고지 출마가 상식이자 도리”

6·1 보선 ‘대선 2차전’
민주, 방탄 논란 속 李 전략공천
李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재등판
“철새정치” “李 사당화 작업” 비판
安 “수도권 승리 위해 몸 던질 것”

이재명 조기 등판 배경은
민주 ‘검수완박’ 입법 과정 갈팡질팡
온라인 중심으로 李 차출론 힘실려
李, ‘금배지’로 정치적 발판 마련
일각 “너무 쉬운길… 국민반발” 우려
이재명(왼쪽), 안철수

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과 국민의힘 소속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란히 출마 의사를 밝혔다. 둘 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 출격하고, 지방선거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난 대선 후보들이 전국단위 선거에 전격 등판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선이 사실상 ‘대선 연장전’ 격으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고문을 전략공천한다고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지도부가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접 출마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고문도 동의했다”며 “이번 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임선대위원장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 고문이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나와야 할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도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이 고문 등판을 요청했다. 사실상 당의 절박한 요구에 이 고문이 나서는 ‘선당후사’격 등판이 연출된 셈이다.

다만 이 고문의 전략공천을 두고 ‘돌려막기’ 혹은 ‘철새 정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 대변인은 “결코 계양을도 녹록한 곳이 아니란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대변인 말과 달리 계양을은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다. 2004년 신설 이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인천시장 선거 출마로 치러진 2010년 보선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또 2012년·2017년·2022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내 일부에서는 “이재명을 위해 ‘레드 카펫’을 깔아준다”며 “이재명 사당화 작업”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이 고문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등 주요 의사결정은 현 비대위가 진행해서다. 대선 패자가 두 달 만에 복귀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보통 대선 패장이 일정 기간 잠행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 고문 등판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위원장도 이날 수원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경기지역 정책과제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뒤,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분당갑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연고가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상식이자 도리”라며 “당연히 분당갑 내지는 경기도 쪽에서 출마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한편 정의당은 민주당을 겨냥해 “이 고문과 송(영길)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 사퇴 뒤 귀책사유와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며 종로 무공천을 결정한 바 있다. 계양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안 위원장을 향해서도 “국민의힘이 안 위원장 출마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이거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반성의 시간’ 없이… 지방선거 참패 위기감 속 구심점 기대

 

더불어민주당이 6일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대선 패장인 이재명 상임고문을 전격 등판시킨 가장 큰 배경으론 ‘선거 참패 위기감’이 꼽힌다. 한국 정치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대선 패배 59일 만의 재등판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 정도로 이번 지방선거 판세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1600만표 이상을 얻은 이 고문의 등판이 지방선거 판에 다시 민주당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민주당은 기대한다. 이 고문 입장에서도 무작정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당으로 돌아와 다음 정치적 행보를 위한 발판을 위해 ‘국회의원 배지’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과 이 고문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대선 패배 성찰과 반성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민주당과 이 고문의 이런 행보가 국민적 반발을 부를 수 있고, ‘대장동 의혹’과 경지도지사 재직 시절 배우자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지역구 출마설은 대선 직후인 지난 3월부터 흘러나왔다. 이 지역 의원이었던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다. 의원 경험이 없는 이 고문이 후보로 뛰면서 수도권 유세를 병행하면 충분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가 당 안팎에서 퍼졌다. 하지만 이 주장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그라들었다. 대선 패배 당사자가 너무 이른 시기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말부터 이 고문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불거졌다. 지방선거 공천 관리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처리 과정에서 당 구심점이 없어서 갈팡질팡한 모습이 일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여론조사상 당 후보들이 열세를 보인 것도 ‘이 고문 차출론’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고문이 국회에 하루라도 빨리 들어와 의정활동을 경험하는 게 본인뿐 아니라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당에서 가장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이 고문이 단순히 유세만 도는 것과 후보 타이틀을 달고 뛰는 건 성격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대선에서 진 후보 본인이 바로 출마하는 건 다소 이르다는 평가와 함께 나가더라도 계양을은 너무 ‘쉬운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낙연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 기반이 있는 성남분당갑에서도 보궐선거가 있는데 굳이 그 지역이 아니라 계양을을 택한 건 ‘텃밭’에서 쉽게 배지 달겠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등에서는 이 고문 전략공천이 ‘방탄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고문은 성남시장 때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측근 인사들이 재판에 연루됐다. 또, 부인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피의자로 적시됐다. 이준석 대표는 “어떻게든 (이 고문이)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의원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됐다곤 하지만, 의원이 된 다음 야당 대표에 오르면 사정기관에서도 섣불리 건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결국 자신의 수사와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 보궐선거 때 굳이 나오겠다면 험지로 가면 괜찮을 텐데 계양을을 택한 건 큰 정치로는 안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