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회사가 우선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을 승낙하면 그 원인채권에도 승낙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신탁회사가 우선수익자인 시공사가 우선수익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것에 대하여 승낙하였다고 해서 그 원인채권에 대해서까지 질권 설정 승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2022. 3. 31. 선고 2020다245408 판결).
우선수익권은 경제적으로 원인채권에 대한 담보로 기능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인채권과는 독립한 신탁 계약상의 별개의 권리(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로, 원인채권과 별도로 담보로 제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갑(甲)회사와 신탁회사 간 계약상 1순위 우선수익권자는 금융기관, 2순위와 3순위 우선수익권자는 모두 시공사였다. 그런데 2순위 우선수익권의 원인채권은 ‘갑에 대한 구상금 채권’이었고, 3순위 우선수익권의 원인채권은 ‘갑에 대한 공사비 채권’이었다.
한편 을(乙)회사는 시공사에 53억원을 대출하였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신탁 계약상 시공사의 수익권과 공사비 채권’을 근질권 목적으로 하는 근질권 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신탁회사가 을에 작성·교부한 질권 설정 승낙서의 ‘질권의 목적물란’에는 ‘질권 설정자의 수익권 및 공사비 채권’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단에는 다른 내용보다 더 큰 글씨로 ‘상기 표시 관리형 토지신탁과 관련하여 질권자와 질권 설정자가 체결한 근질권 설정계약에 따라 제2순위 우선수익권의 질권 설정을 상기 조건으로 승낙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위 사건과 관련된 소송에서 먼저 을은 신탁회사가 시공사의 공사비 채권에 대해서도 질권 설정을 승낙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면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데(2021. 12. 30. 선고 2021다264420 판결 등), 위 승낙서 문언 등에 따르면 질권 설정 승낙의 대상이 2순위 우선수익권에 한정되는 것이 명확하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을은 우선수익권의 부종성에 따라 우선수익권에 대한 질권 설정 승낙의 효력이 공사비 채권에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선수익권은 원인채권과는 별개의 권리이고, 원인채권과 별도로 담보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신탁회사가 질권 설정을 승낙한 2순위 우선수익권의 원인채권은 공사비 채권이 아니라 구상금 채권이기 때문에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신탁회사의 질권 설정 승낙의 효력이 공사비 채권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지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youn.yeo@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