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어제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며 장황한 출마의 변을 늘어놨다. 하지만 그의 출마 소식은 실망스럽다. 대선 후보로 나섰던 거물 정치인이 패배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것이 전에 없는 일이거니와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 패배를 거울삼아 자숙할 시간을 갖지 않고 조기 출마했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오죽했으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그제 페이스북에 “다가올 미래가 너무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을까 싶다.
어제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 전 지사는 “저의 출마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결단의 한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겠다”면서 “상대가 원치 않는 때, 장소, 방법으로 싸우는 것이 이기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처할 정치적 위험과 상대의 음해적 억지 공세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정치의 정도라고 배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공격은 그렇더라도 상대가 원치 않는 때와 장소, 방법을 동원해 싸우는 것이 ‘정치의 정도’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그에게 대선 패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