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설득당해”
취재진이 만난 20·30대 마약중독자 7명 중 6명은 주변인의 권유로 시작했다. 이 중 4명은 평소 알던 지인을 통해 접했다. G(23)씨는 “1년 전 학업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며 “그때 미국 유학을 다녀온 친구가 대마초를 권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털어놨다. B(32)씨는 “27살 때 태국 여행을 갔는데, 같이 간 친구가 ‘필로폰 한번 해보겠냐’고 물어봤다”며 “그렇게 접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 계속 마약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후회와 결심-“가족·친구와 멀어지고 환청 들리고”
마약을 접한 계기나 경로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모두 마약에 중독됐던 지난날들을 처절하게 후회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멀어지고, 자신의 인생을 낭비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D(30)씨는 말문이 막힌 듯 창밖을 한참 바라봤다. 그는 “친구들이 떠나갈 때였던 것 같다”면서 “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는데 ‘이젠 안 되겠으니 인연을 끊자’고 말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고 말해다. C씨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면 누릴 수 있었을 평범한 삶을 생각하면 후회스럽다”며 “흘러간 시간이 아깝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B씨 역시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 마약을 접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며 “마약을 시작한 것을 매일, 매 순간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했다.
후회와 반성은 쉽지 않지만 마약을 끊는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됐다.
F(24)씨는 “마약에 손을 댄 지 4년이 지나면서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시달렸다”며 “이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후회도 많이 했지만, 스스로 끊을 수가 없어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C씨는 “펜타닐에 중독됐을 때 심장마비가 온 적 있다”며 “그때 심장마비로 쓰러지면서 갈비뼈 3개가 부러졌는데, 정신이 들자마자 갈비뼈가 아프다며 또다시 펜타닐을 찾는 내 자신을 보며 ‘갈 데까지 갔구나’ 싶어 단약을 결심했다”고 했다. D씨는 “마약으로 친구와 돈, 거의 모든 걸 잃었다”며 “단칸방에서 약만 찾고 있는 제 모습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당부-“웃게 한 만큼 울 것… 파멸에 이르는 길”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경험을 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마약은 제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씨는 “‘호기심에 한두 번’이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길”이라며 “마약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느꼈을 때 이미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F씨 역시 “마약을 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추억이라는 게 없다”며 “마약만을 쫓았고, 그것이 내 인생의 1번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아픈 과거”라며 “단순 호기심이라고 하기엔 마약이 인생의 난도를 너무 높인다”고 말했다. A(25)씨도 “지금 마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듣기 싫은 말이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검거된다”며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펜타닐을 ‘악마 같은 약’이라고 말했던 C씨도 신중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할 때는 되게 달콤하고 즐거울 거예요. 그런데 실제론 영혼을 다 갉아먹는 짓이에요. 마약을 오래 할수록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올 거예요. 마약이 나를 웃게 한 만큼 울게 될 거고, 따뜻하게 해준 만큼 추워질 거예요. 그게 뭐든 마약으로 얻은 만큼 잃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