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공약 따라 요동치는 표심… 지방선거 풍향계 되나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왼쪽),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연합뉴스

“경기도는 서울을 감싸는 계란 흰자 같대.”

 

수도권 외곽 가상도시 산포시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삼 남매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교통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뤄 화제가 됐다. 막차 시간에 쫓기는 주인공들은 “저녁 삶이 없다”고 불평한다. 다음 달 1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도 교통문제는 이미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았다. 거대 양당 후보 간 고발전으로 치달으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 GTX 공약 봇물…“대선 재탕” 비판도

 

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공약에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공약의 재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약에 따라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반응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가 열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달 28일 도의회에서 열린 교통공약 발표회에서 ‘GTX 플러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서울에 가로막힌 경기도의 동서남북을 직선으로 뚫는다는 계획으로, GTX A·B·C 노선을 연장하고 D·E·F 노선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구도심과 접경지역 등 소외지역을 위한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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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A+는 동탄에서 평택까지, GTX B+는 마석에서 가평, GTX C+의 북부 구간은 동두천까지, 남부 구간은 오산·평택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GTX D는 김포~강남~하남~팔당 구간으로 정상화하고, GTX E는 인천~광명·시흥신도시~서울~포천으로 잇는다는 복안이다. GTX F의 경우 파주에서 삼송~서울~위례~광주~이천~여주를 잇는 노선으로 구상했다.

 

김동연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대중교통에서 보낸다는 말이 있다”며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줄여 도민에게 하루 ‘1시간의 여유’를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 김동연 “GTX 플러스로 ‘1시간의 여유’” vs 김은혜 “GTX 조기 완공·신설은 대선 공약”

 

반면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집권당 후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조기 완공에 무게를 뒀다. 노선 연장과 신설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그대로 반영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GTX D·E·F 노선 신설과 기존 GTX A·C 노선의 평택 연결을 약속했다. GTX E 노선은 인천 검암에서 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로 이어지도록 구상했고, GTX F 노선은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로 묶는 순환선으로 만들 방침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의 국정과제 발표에서 노선 신설 공약이 한 발짝 후퇴했다는 평가를 듣지만 지역에선 여전히 유효한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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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후보도 최근 GTX 노선의 쟁점화에 시동을 걸었다. “경기도의 도시들이 서울에 비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교통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역주민의 불만을 정조준했다.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새 정부의 GTX 건설 계획에 있어 경기도의 입장을 대변하려면, 집권여당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GTX의 빠른 완공’과 ‘구조적 안전’을 강조했다”면서 “GTX A·B·C 조기 완공과 D·E·F 노선 신설은 대선 공약으로,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공방은 급기야 고발전으로 악화했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도를 방문해 김은혜 후보와 함께 GTX 건설현장을 찾는 등 민감한 지역 현안을 건드리자 상대인 김동연 후보 측이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도 윤 당선인과 김은혜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GTX 사업을 둘러싼 다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선 지난 대선 기간 GTX 신설 호재를 타고 들썩였던 집값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수원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GTX 호재로 가장 많이 올랐던 인근 의왕시와 안양시 등이 하락세를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