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의 정계 ‘조기 복귀’다. 대선 패장의 책임을 안고 초야로 물러났으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구심점 없이 흔들리자 결국 출마한 것이다. 하지만 ‘이른 복귀’에 무연고 인천 계양행을 택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부터 비판적 목소리가 나와 ‘험로’를 걷게 됐다.
이 고문은 이날 인천 계양구 계양산 공원에서 출마 선언식을 열고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반드시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이 고문은 이번 6·1 지방선거와 함께 펼쳐지는 보궐선거에 직접 선수로 뛸 뿐 아니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다. 수천 명의 지지자들과 두 달 만에 만난 이 고문의 얼굴엔 시종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그렇지만 대선 패장의 두 달 만의 복귀를 놓고 내부 여론이 달갑지만은 않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나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다가올 미래가 너무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중 인천을 폄하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천시장으로 나와 달라는 글에 ‘싫어요’라고 답하고, 인천으로 이사간다는 글에 “가지 말고 성남에 눌러앉으시라”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인천을 비하했다”고 공세를 폈다.
이 고문은 “인천에 유정복 전 시장(현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이 시정을 엉망으로 했는데 인천이 엉망이라고 제가 성남을 버리고 인천에 가면 되겠나”라고 반박했다. 또, “시정이 엉망이던 유 전 시장 있는 인천에 가면 힘드실 텐데 그냥 가지 말고 눌러앉으라고 한 것인데 이걸 폄하했다고 한다”고 되물었다.
이날 출마선언식은 오전 11시로 예고됐지만 4시간여 전부터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이재명’을 연호했다. 특히 2030 여성 지지자들이 눈에 띄었다. 선언식 장소에 약 30분 일찍 도착한 이 고문도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연신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렸고, 지지자들과 ‘셀카‘를 함께 찍는 시간을 가졌다. 한쪽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범죄자”, “계양이 호구냐”라고 소리치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 고문은 연고지였던 성남 분당갑 대신 계양을을 선택한 배경 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 국민의힘 간판 첫 선거 安 “도망치는 세력 심판할 것”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8일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며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겨냥해선 “일을 저지른 뒤 도망치는 세력”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의 출마에 맞춰 이 고문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재부각하는 한편, 계양을에 이 고문에 맞설 만한 중량감 있는 인사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12년 장기집권이 이어진 성남은 (영화 ‘베트맨’ 시리즈의) ‘조커가 판치는 고담시’로 전락했다”며 “직전 경기지사와 전임 성남시장들의 추문과 오명, 그 측근들의 부패와 불공정 속에서 도민과 시민의 자존심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맹폭했다. 그는 “분당갑은 제게 제2의 고향이고, 제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안랩이 있는 곳”이라면서 “저는 지역이 지닌 인프라와 인재를 활용해 분당의 미래 가치를 더 확장하고 도약시킬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며 보선 출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같은 날 계양을 보선에 출마 선언을 한 이 고문을 두고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 행위”라며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뒤 도망치는 세력은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역 현안 관련 공약으로 분당의 광역철도망을 비롯한 교통망 대폭 확충, 재건축을 위한 용적률 상향, 리모델링 등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 등을 내걸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도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기자들과 질의 응답에서 “(출마와 관련해 윤 당선인이) 격려해줬다”고 전했다. 당 내에서 ‘험지’인 계양을에 안 위원장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을 놓고는 “당선인이 경기도 선거 전체를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경기도 선거에 공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안 위원장이 전략공천을 받을지, 경선을 치르게 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앞서 분당갑에는 박민식 전 의원과 책 ‘굿바이, 이재명’을 쓴 장영하 변호사, 정동희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등 3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안 위원장과 구원(舊怨)이 있는 이준석 대표가 ‘경선 우선주의’를 내세워 전략공천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안 위원장은 경선 가능성에 대해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의 간판을 달고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이번 보선을 통해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당내 기반을 다지고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고문이 출마 선언을 한 계양을에 ‘대장동 저격수’로 불렸던 윤희숙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당 지도부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당갑과 계양을 등 지역구의 공천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