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회의원 당선하면 8월 당 대표 찍고 ‘文 코스’ 밟을까?

이른 등판에 당내 우려도…"명분, 시간에 비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8일 계양산 야외 공연장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함에 따라 당 대표,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 등 이른바 대권으로 가는 '문재인 코스'를 밟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스1에 따르면 이 고문은 전날 출마를 선언하고 9일 주소지를 인천 계양을 지역구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이 고문은 오는 11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이 있기 전까지 계양을에서 유세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지휘한다.

 

이 고문의 정계 복귀는 지난 3월9일 대선에서 역대 최저 득표차(0.73%포인트)로 패배한 뒤 2개월 만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 고문이 정치를 재개함에 따라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내친 김에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 선거까지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고문은 전날 출마 선언에서 "합리적이고 강한 민주당과 함께 국회 안에서 입법과 국정 감시를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민생실용정치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하며 지방정부를 바꿔왔듯 국회에서 또 한번의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이 공천권을 쥔 당 대표로 총선을 치르고 이후 대권에 도전한다면, 시기는 다소 다르나 문재인 대통령의 궤적과 비슷한 코스를 밟게 된다.

 

문 대통령은 2012년 4월 19대 총선거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같은해 18대 대선에서는 패배했다. 이후 의정 활동에만 전념하며 잠행을 이어오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 대통령은 비록 재·보궐선거에서 연이어 패하며 당시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선임하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김 위원장 주도로 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에 등극하면서 대권주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가 영입한 인사들은 친문(親文) 세력 구축에 버팀목이 됐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전당대회는 나오지 않겠나"라며 "이 고문 입장에서도 당 대표가 돼 다음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고 본인의 사람을 키우면 대권 재도전이 수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 고문이 대선 패배 후 다소 일찍 ‘등판’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명분은 정치인이 쌓은 시간에 비례한다"며 "박지현(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에둘러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 측도 이를 의식한 듯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고문의 한 측근 의원은 "계양을 선거에 집중하는 동시에 당 총괄 선대위원장으로서 6·1 지방선거를 총력 지원해야 하는 시기"라며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전당대회 여부를 논할 때가 아니다. 지방선거가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