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이날 전날인 지난 4일 직장인 강모(27)씨는 퇴근 후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겼다. 새벽 1시쯤 카페에서 나온 강씨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강씨는 “버스가 끊긴 데다 택시도 안 잡혀서 따릉이를 빌렸다”며 “2㎞가량 적당히 달려 새벽공기를 마시며 집에 오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2. A(28)씨도 최근 사당역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 거리두기 해제 덕에 오랜만에 ‘불금’을 즐겼다. 자정을 넘겨서야 술집에서 나왔는데, 도무지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맥주 500㎖를 마셨던 A씨는 결국 따릉이를 찾았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집 방향으로 가다가 택시가 보이면 탈 심산으로 여의도까지 따릉이를 탔다”며 “취기가 조금 있으니 더 조심히 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된 이후 서울시민들의 새벽시간대 따릉이 대여가 급증하고 있다. ‘밤 12시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져 식당과 술집, 카페, 노래방 등이 새벽에도 영업을 하자 그동안 미뤄왔던 모임 등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택시대란의 영향으로 술을 마신 뒤 따릉이를 타는 ‘음주 따릉이’도 늘어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9일 세계일보가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이 제공하는 따릉이 대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2주(4월18∼30일) 동안 해제 전 일주일(4월11∼17일)에 비해 새벽시간대(자정∼오전 5시) 따릉이 대여가 하루 평균 9.1%(3029건→3305건) 증가했다. 새벽에 비가 내린 지난달 13·25·26·29일은 제외한 결과다.
시간대별로 보면 새벽 2시부터 5시까지의 증가세가 확연했다. 거리두기 해제 후 새벽 3∼4시 따릉이 대여량은 하루 평균 1871건으로 거리두기 전(1254건)보다 49.2%나 늘었다. 새벽 2∼3시 대여량도 하루 평균 2971건을 기록해 거리두기 전(2248건) 대비 32.1% 증가했다. 새벽 4∼5시와 새벽 1∼2시도 각각 34.8%, 5.8% 늘었다.
현행법상 자전거 음주운전은 법적 처벌 대상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 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다 적발되면 범칙금 3만원을 내야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건강한 성인남성 기준 소주 2잔 정도면 혈중알코올농도 0.03%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자전거는 사고가 나면 신체에 바로 충격이 흡수되는 구조라 중상 위험이 높다”며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