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의 공포와 마주 선 하루였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촉발된 폭락 장세는 아시아시장 10일 오전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채권시장도 공포 분위기가 완연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장외채권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채권금리는 국고채 3월 말 기준 4월 말 현재 2.958%로 3월 대비 29.5bp(1bp=0.01%)나 상승했다. 금투협은 “추가경정예산 관련 국고채 수급 부담 완화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과 연준의 긴축 가속화, 이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큰폭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금리급등으로 인한 거래 감소로 지난달 장외 채권거래량은 전월 대비 16.3조원 감소했고, 회사채 발행도 그 여파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위축과 연준의 통화정책 신뢰 약화가 시장 하락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연준은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금융시장의 거래 여건이 갑자기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이 금융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월가 등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 정책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해 왔는데, 연준도 보고서에서 이런 우려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으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통화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는 있지만 개연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국면에서 시장이 올라갔던 폭과 늘어난 유동성 대비를 생각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엔 과하다”며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드라마틱한 반등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꾸준하게 약세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지금의 하락장은 유동성 요인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변동폭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바로 반전을 못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지금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