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장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옛 소련은 국가 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철저하게 숨겼다. 1964년부터 소련을 이끈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은 1970년대 후반에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을 앓고 있었지만 자국 언론매체와 측근들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1982년에 사망했다. 그의 건강 정보 획득에 필사적이었던 미국 정보기관은 브레즈네프가 해외 방문 때 볼일을 보고 나서 물을 내린 화장실에 스파이를 침투시켜 소변 성분을 채취해 분석했다. 콘스탄틴 체르넨코 전 공산당 서기장도 최고 지위에 올랐을 때 폐기종을 앓고 있었지만 측근들이 감췄다.
러시아는 대통령의 건강을 헌법에 적시하고 있다. 러시아 헌법 92조는 연방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쁠 때에는 임기만료 전에 권한이 중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그가 입원하자 러시아 두마(하원)는 대통령의 건강증빙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도 국민들에게 건강진단 관련 자료를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