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인 오늘 안전모 의무 착용 등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운전자 안전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딱 1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거리에는 안전 장구를 갖추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는 시민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5월13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무면허 운전, 보호 장구(안전모 등) 미착용, 동승자(2인 이상) 탑승시 범칙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최근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 및 법규 위반 사례가 급증하면서 규제 강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유행을 타고 늘어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의 공급 확대로 이용자 수가 크게 늘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위해 사례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공유 전동킥보드 수는 2018년 150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6월 기준 총 5만5499대로 크게 늘었다.
◆교통사고·배터리 폭발 등 전동킥보드 ‘안전주의보’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특히 차량과 충돌 시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진다. 최근 이용 인구가 크게 늘면서 관련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12일 헬멧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차량과 충돌한 20대 남성 2명이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2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 사거리에서 전동킥보드를 함께 타고 있던 20대 남성 2명이 선릉역 방향으로 주행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충돌했다. 킥보드 운전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들은 충돌 당시 헬멧(안전모)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일에는 경기 수원 팔달구 인계동의 한 도로에서 중국 국적인 50대 A씨가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버스 측면에 부딪혔다. A씨는 사고 충격으로 크게 다쳐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지난해 12월11일에는 수원시 권선구 권선지하차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2차로를 달리던 B씨가 뒤따르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 남부지역에서만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는 모두 441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모두 4명이 숨지고 488명이 다쳤다. 경기 북부의 관련 사고도 2020년 38건, 2021년 95건, 2022년은 4월까지 27건 등 증가 추세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개인형 이동장치와 관련한 교통사고 67건이 발생해 70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가 46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킥보드에 탑승한 채로 인도나 횡단보도로 다녀서는 안 되고, 동승자를 탑승시키거나 음주운전을 해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제2종 원동기 장치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 보유자만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다. 음주운전 시 범칙금 10만원, 음주 측정 불응 시 13만원, 무면허 운전 시 10만원, 안전모 미착용 2만원이 부과된다.
교통사고 외에도 배터리 충전 등으로 발생한 화재가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 아파트 14층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 배터리에서 불이나 30대 여성이 화상을 입었다. 지난달 13일에도 부산 북구 한 아파트 현관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에서 불이 났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 화재 대부분이 과충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너무 오래 충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련 사고 급증에 “보행자 피해도 우려”
최근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지난 3년간 2.5배로 급증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으로 접수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9년 878건, 2020년 1447건, 지난해 2177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점유율(약 30%)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7200여건으로 추정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관련 위해 사례는 지난 3년6개월간(2018~2021년6월) 총 1708건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주행 중 사고로 인한 위해가 1328건(77.8%), 고장·화재 등 제품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위해가 380건(22.2%)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동킥보드 이용 여건을 고려할 때 최고속도를 낮춰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증가세와 국내 전동킥보드 이용 여건을 고려하면 보행자·자전거의 피해 우려가 크다.
국내 전동킥보드의 허용 최고속도는 시속 25㎞로 자전거의 평균속도(시속 15㎞)보다 훨씬 빠르다. 기존 연구 결과 시속 25㎞로 운행하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보행자를 충격하면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이 무려 9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운행 속도가 시속 20㎞로 낮추면 충격량이 36% 줄고, 시속 15㎞로 낮추면 64% 떨어진다. 삼성교통안전문화 연구소의 실험에서도 전동킥보드 속도를 시속 25㎞에서 시속 20㎞로 낮추자 정지거리가 7m에서 5.2m로 26% 감소했다. 시속 15㎞로 낮추면 2.4m로 더욱 짧아졌다.
삼성교통안전문화 연구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로로 주행이 허용돼 있는데,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자전거도로 총연장의 76%는 인도의 일부 구획을 자전거도로로 활용하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형태다. 또 작년 한국소비자원의 전동킥보드 주행 안전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자의 69%는 전동킥보드 운행이 금지된 보도를 이용한다고 답변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국내 여건에 비춰 전동킥보드의 최고속도를 현행 시속 25㎞에서 시속 20㎞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6개 공유 전동킥보드업체의 최고속도는 업체·지역·시간대에 따라 시속 15~25㎞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시간대에 무관하게 시속 25㎞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파리는 최고속도를 시속 20㎞로 운영하며 파리는 유동 인구가 많은 시내에는 별도로 ‘슬로존’을 지정해 시속 10㎞로 더 느리게 규제한다. 미국의 일부 주도 시속 20㎞를 넘지 못하게 하며, 워싱턴 DC는 최고속도를 시속 16㎞로 운영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전제호 책임연구원은 “국내 도로 상황과 전동킥보드 주행 여건을 고려할 때 도로교통법 제2조를 고쳐 최고속도를 하향해야 한다”며 “(법 개정 전) 공유 서비스 업계가 우선해서 최고속도 하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